[취재수첩] '알맹이' 빠진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입력 2018-11-26 17:47  

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jung@hankyung.com


[ 황정환 기자 ] “알맹이는 없고 또 언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입니다.”

지난 22일 정부가 내놓은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 대한 한 조선업 구조조정 전문가의 평가다. 중소형 조선사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이번 대책의 핵심은 2025년까지 140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선박(LNG 추진선)을 발주하고 7000억원의 신규 금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의 과잉경쟁 문제를 해소할 어떤 대안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10여 개 중형 조선사가 ‘치킨 게임’을 벌이는 중소 조선시장에 이번 발주가 ‘단비’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헐값 수주 경쟁으로 부실화한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간 해운사가 친환경 선박 발주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고가의 연료공급 설비와 운항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LNG 추진선의 경제성 논란이 여전해서다. 정부 계획에 담긴 LNG 추진선 140척 가운데 공공부문 발주는 40척이고, 나머지 100척은 민간 몫이다. 이 계획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 시행으로 민간 발주가 늘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민간 해운사들이 적극적인 발주에 나설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IMO 규제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선주들은 배 값의 5% 정도 비용을 지급하고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지원책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존 선수금환급보증(RG) 프로그램 규모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대책은 중형 탱커선 5~6척 수주를 지원하면 고갈된다. 조선방산업체에 3000억원의 제작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정부가 지난 4월 내놓은 대책에 숫자만 추가한 것이다.

현장에선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 자율의 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 조선사를 육성하겠다”며 민간에 역할을 넘겼지만, 대다수 기업은 눈앞의 유동성 위기 해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소 조선업체 통폐합 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도 임기응변에 그칠 것”이라는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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