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생활보장제도 원칙 흔드는 복지 확대는 곤란하다

입력 2018-11-26 17:5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기초연금을 받아 그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가 깎인 노인(65세 이상)들에게 내년부터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상 노인은 40만여 명, 예산은 4000억여원에 달한다.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데 대해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월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소득과 기준액의 차이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기초연금을 신규로 받거나 기초연금액이 인상될 경우 월소득 인정금액이 늘어나 생계급여는 그만큼 깎이게 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며 개선책을 요구해왔다.

이런 보건복지위원회 안은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 및 재산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국민기초생활 보장법 3조2항). 이른바 ‘보충성의 원리’다. 다수 선진국에서도 기초연금을 우선 지원하고, 모자랄 때 생계급여를 지원한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기초연금을 올렸는데도 수급 총액이 그대로’라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명목의 복지를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극빈층 노인들에 실망감을 안긴 건 안타깝다. 하지만 이는 기초연금이 급속하게 오르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9월 월 25만원으로 오른 기초연금은 기초수급 노인 1인 가구에 지급되는 평균 생계비(월 26만원)에 이미 육박하고 있다. 내년 4월 소득 하위 20%의 기초연금을 월 30만원까지 인상할 경우 평균 생계급여보다 더 많아져 상당수가 아예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계속 올릴 생각만 하고, 그래도 수급자들의 실소득이 늘지 않자 ‘변칙’을 써가며 복지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저소득 노인의 생활보장이 충분치 않다면 기초생활 대상자 월소득 기준을 올리는 방안도 있다. ‘퍼주기식’ 복지가 효과 없다고 원칙을 허물어선 안 된다.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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