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계열사 사장단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농협금융은 몇 차례 임추위를 연 후 농협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캐피탈 등 계열사 4곳의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를 정하고, 내달 최종 결론을 내린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의 임기는 1년이다. 농협금융은 평가를 통해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가장 연임이 유력한 인물은 내달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대훈 농협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의 실적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리며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농협은행은 올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누적 순이익만 9339억원에 이른다. 작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한 3분기 누적 순이익(1조924억원)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이 행장이 올 초 목표 수익으로 제시한 순이익은 7800억원. 3개 분기 만에 약 20%를 초과 달성하며 연임에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부담도 만만찮다. 농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 반열에 들어선 만큼 향후 실적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해진 것이다.
최근 농협금융지주가 제시한 내년 초 순이익 목표 1조5000억원을 달성시키는데 따른 부담도 커졌다. 농협은행은 지주의 최대 자회사로, 지주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85%에 이른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5~70%인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치다.
올해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건 만큼 내년에는 해외법인의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올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현지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공식 출범했다. 이 행장은 캄보디아를 수차례 오가며 협상력을 발휘, 농협은행 최초로 해외 현지법인 인수를 성사시켰다.
내년에는 인도 노이다 지점 개점, 인도네시아 진출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이 시중은행보다 한 발 늦게 진출한 상황에서 이 행장이 성과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해외시장 진출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에 좋은 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 이 행장이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거둔 만큼 내년 실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