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폭력피해 사태에도
경찰, 체포 않고 지켜보기만
연행해도 조사만 하고 풀어줘
[ 임락근 기자 ] 노동계가 수위를 높여가며 거침없이 실력행사에 나서는 데는 정부의 ‘방조’도 한몫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을 없애야 한다는 명목하에 불법집회에 대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 조합원들이 회사 노무담당 상무 김모씨(49)를 감금한 채 1시간여 동안 집단 구타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폭행이 시작되자 유성기업 직원들은 112에 여섯 차례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길을 막은 노조원들에게 막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40여 분이 지난 뒤에서야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찰의 무력함에 “의도적으로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회사 측은 사태 이튿날인 23일 대표 명의로 아산경찰서에 “경찰은 구타를 당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구타를 자행한 조합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보냈다.
민주노총의 불법 시위와 점거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3개월간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13일 대검찰청을 점거해 경찰서에 연행된 민주노총 간부들도 간단한 조사만 받은 뒤 귀가했다.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과도하게 집착하고 노동계 눈치를 보는 나머지 정당한 공권력 집행도 못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대통령으로서 더는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국민과 경찰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분명히 약속한다”며 “이제 경찰은 집회시위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꿔 시민 기본권·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촛불로 문재인 정권을 만든 뒤 내미는 청구서에 정부가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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