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28일(14: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65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핵심 인재 ‘엑소더스’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본부 내 서열 2위인 이수철 운용전략실장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실장급만 4명째 조직을 떠났다. 인력 유출이 계속되면서 계획했던 조직 개편도 ‘반쪽짜리’에 그치게 됐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대체투자실(국내 대체투자 담당)과 해외대체실로 구성되어 있는 대체투자 조직을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사모투자실 등 자산군별로 개편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자산군별로 조직을 개편하는 동시에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를 총괄하는 증권부문장과 대체투자를 총괄하는 대체투자부문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했다. 지난 7월 이같은 내용의 ‘1000조원 시대를 대비한 조직 개편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문장 신설 계획은 최종 개편안에서 빠졌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전주 이전 등에 따른 인력 유출로 실장 자리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문장 자리를 어떻게 만들겠느냐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기금운용본부에서는 조인식 해외증권실장(당시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 김재범 대체투자실장, 채준규 주식운용실장 등 3명의 실장급 인력이 자리를 떠났다. 이 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운용전략실장과 주식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등 세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됐다. 2006년 국민연금에 입사한 이 실장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를 맡기도 했다. 실장급 중 조직에 대한 이해도와 충성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실장마저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직이 크게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성과를 토대로 운용직들에게 주기로 한 성과급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일부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6월 운용역들에게 115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43억원의 예산밖에 확보하지 못해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줘야 할 인건비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내 약속된 성과급을 받지 못할 경우 일부 직원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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