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플랫폼'을 기업에 제공해
교과정 설계 등 함께하면 어떨까"
조동성 < 인천대 총장 >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제13회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에게 청중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1)기업들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에 대한 능력을 신입사원에게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 여러 해 지났는데, 대학은 이런 사회 수요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2)산업혁명4.0 시대에 필요한 신기술을 현장 실습을 통해 1~2개월에 모두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한둘이 아닌데, 대학은 같은 내용을 4년에 가르치면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3)대학이 시대에 뒤떨어진 4년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비싼 학비를 학생에게 청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총장들은 성실하게 답변했다. 질문(1)에 대해선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역량 중심 교육이 해법이다”, 질문(2)에 대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대학에서 복수 학위를 딸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질문(3)에 대해선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토론 후 청중으로부터 두 가지 견해를 들었다. “총장들은 공개석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을 했다.” “옷 입고 등 긁는 듯했다.” 필자는 사회를 맡은 좌장으로서 고민에 빠졌다. 청중이 원하는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질문(1)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답변해야 할 것이었다. 총장들이 사회 수요를 잘 아는 듯하지만, 사실 총장의 하루 일과를 보면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총장이 아는 현장이란 신문, TV, 인터넷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간접경험이 대부분이다.
질문(2)도 총장이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대부분의 총장은 2011년에 창립된 유다시티(Udacity.Inc)라는 기업에서 만든 나노디그리(Nanodegree)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모든 과정을 1년 안에 끝낼 수 있고, 비용도 월 22만원(약 200달러) 정도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교육프로그램 내용이 어떤 것인지, 대학 교육과 비교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아는 총장은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대학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답변이 최선이다.
질문(3) 역시 총장이 답변하기 어려운 이슈다. 전 세계 대학 교육은 고비용 구조다. 대학 교수들은 강의뿐 아니라 연구활동에 많은 시간을 쓴다. 유다시티가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강의하는 강사들에게 지급하는 강사료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대학은 교수들에게 지급한다. 대학은 도서관, 운동장 등 큰 시설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과외 활동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유다시티는 그런 부담이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학이 유다시티 수준으로 학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총장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
답변(1)처럼 역량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기업 견해는 아니다. 답변(2)처럼 여러 대학에서 복수 학위를 따게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지만 이 역시 기업에 물어보고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맞지 않을까? 답변(3)처럼 정부지원이 있으면 대학은 한동안 버티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답변은 아니다. S기업 김 사장은 전공과목을 두 개 더 들은 졸업생보다는 겸손과 배려심을 가지고 동료, 부하, 상사와 잘 어울리는 신입사원을 원한다고 했다. 대학은 학생을 전인격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을 졸업 후 기업현장으로 보내야 하는 대학이라면 캠퍼스를 플랫폼으로 만들어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대학이 기업 의견을 들어가면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기업경영자에게 과정 설계 권한을 위임해보자. 인천대는 기업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트릭스 칼리지’라는 플랫폼을 개설했다. 기업 및 학생과 함께 가는 대학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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