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산업기반 무너진 英
日 등에 13기 건설 맡길 처지
대만, 국민투표로 '원전 0' 폐기
中, 아예 "원전대국 되겠다" 선언
[ 정인설/설지연 기자 ] 프랑스, 대만, 일본, 영국 등 탈(脫)원전을 추진했던 주요국은 최근 잇따라 정책을 폐기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원자력발전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중국은 최신형 원자력발전소를 잇따라 가동하면서 아예 미국 못지않은 ‘원전 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현재 75% 수준인 원전 의존율을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는 대통령선거 공약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 의존율을 낮추는 계획을 10년 뒤로 미루겠다고 발표했지만 원전 축소 정책을 사실상 접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가장 노후한 페센하임 원자로 2기를 제외하곤 어떤 원전도 폐쇄하지 않겠다”며 “원자력은 믿을 수 있는 저탄소, 저비용 에너지인 만큼 완전히 없애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탈원전 정책 추진 20년 만에 다시 ‘친(親)원전’으로 돌아섰다. 1956년 세계 최초 원자력발전소를 세운 ‘원전 강국’ 영국은 1989년부터 전력부문을 민영화하면서 원전을 축소했다. 북해산 석유와 가스를 활용한 발전으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화력과 대체에너지만으론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2006년 다시 전체 에너지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노후 원전을 대체할 신규 원전 13기 건설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전 건설은 쉽지 않았다. 1995년 이후 원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영국 내 원전산업 기반이 무너져서다. 결국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프랑스와 일본, 중국 등 외국 업체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만도 지난 25일 국민투표를 통해 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진 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대만 내 여론이 들끓은 결과다. 일본은 올 상반기 발표한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을 종전과 같은 20~22%로 정했다.
중국은 원전산업을 국가 주도로 키우고 있다. 원자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도 포함됐다. 최근엔 각종 사고로 전원이 끊겨도 자동으로 원자로를 정지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 3기의 상업 운전도 시작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지금의 네 배에 달하는 1만5000㎾까지 늘릴 계획이다.
런던=정인설 특파원/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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