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예산만 5350억 불어나
사업 타당성 심사없이 무차별 증액
복지지출, 경제성장 속도의 세 배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 전가"
[ 김일규/박종필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기초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인상, 출산장려금 신설 등에 필요한 예산 3조원을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추가로 담았다. 여야가 각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정밀한 심사 없이 ‘누가 더 많이 퍼주나 대결하자’는 식으로 경쟁한 결과다. 상당수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커 정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금 살포식 예산 증액
국회 복지위는 28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당초 복지부 내년도 예산안(72조3758억원)에 2조9217억원을 더한 증액안(75조2975억원)을 의결해 예결특위에 넘겼다.
증액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아동수당으로,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1조9271억원)보다 5350억원 불어났다. 이달 초 여야 원내대표 합의대로 아동수당을 못 받는 소득·재산 상위 10% 가구에도 내년 1월부터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내년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을 만 6세 미만에서 만 9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위는 출산장려금 지급 사업도 신설해 관련 예산 1031억원을 새로 반영했다. 내년 10월부터 출산가구에 산후조리비 명목으로 250만원을 주는 사업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는 게 복지위 설명이다.
그러나 아동수당의 경우 이미 결혼해 출산까지 한 비교적 형편이 괜찮은 가구에 대부분 지급된다는 점에서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장려금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따른 ‘무차별 현금 살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복지위는 기초생활 생계급여 예산 4102억원도 추가로 얹었다. 월 2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그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가 깎인 노인(65세 이상)에게 내년부터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 및 재산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제도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예산도 크게 증액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명목으로 1763억원, 노인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이유로 1203억원을 각각 늘렸다.
국회의 ‘복지 폭주’ 견제 못하나
당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72조3758억원)만 해도 올해보다 14.6%(약 9조2000억원) 급증한 규모다. 내년 정부 경상성장률 전망치(4.4%)의 세 배 이상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복지지출이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복지위가 제출한 증액안이 그대로 예결특위를 통과할 경우 복지지출 규모는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 재정건전성 악화에 따른 세금 부담은 모두 미래 세대 몫이다.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반대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4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결특위 심사가 겨우 재개된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종필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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