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10억대 부과案서 대폭 늘려
[ 조진형/최만수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로 75억원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공매도 징계 사상 최대 규모다. 애초 논의됐던 10억원대에서 대폭 늘었다. 무차입 공매도에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철퇴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공매도 제한 법규를 위반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과태료 75억48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선 금융감독원 조사를 토대로 과태료 10억원대 부과를 건의했지만 증선위는 과태료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의결을 보류했다.
75억원대 과태료는 공매도 징계 사상 최대 규모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무차입 공매도 관련 과태료는 전체 24건으로, 3억9150만원(건당 163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가 안팎에선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이번 골드만삭스 건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거래는 지난 5월 말 결제 불이행 사고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당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골드만삭스 런던 자회사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체결했지만 기한 내 결제를 처리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5월30일부터 31일까지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종목(401억원)에 대한 매도 주문을 제출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이후 주식 결제일인 6월1일 20개 종목(139만 주), 4일 21개 종목(106만 주)에 대한 결제 불이행이 발생했다.
시세조종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담당자가 오인해 공매도 주문을 잘못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선 공매도하려면 다른 기관투자가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에야 가능하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가상의 주식을 매도한 뒤 결제일 이전에 주식을 사서 반환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격히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말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공매도 규정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등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기로 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무차입 공매도는 실수라도 일단 발생하면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위반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탁증권사에도 확인의무 이행여부를 중점 조사해 불법 공매도 예방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진형/최만수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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