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보호가 필요해 첨단기술로 분류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엣지패널(휴대폰 양측을 감싸는 곡선 디스플레이)’ 공정 설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코스닥 상장회사 A사의 대표 등 1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엣지패널은 삼성의 최신 휴대전화 모델인 갤럭시 노트9에도 탑재되는 등 삼성 고유의 디자인을 구현해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들의 기술 유출로 삼성의 경쟁사인 중국 회사들은 삼성이 수년간 겪었던 시행착오 없이도 곧바로 양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원지방검찰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욱준)는 삼성전자와 같은 설비를 중국업체에 수출할 목적으로 위장회사 B사를 세우고, 삼성전자 기술자료와 도면, 설비 등을 유출한 A사 사장 등 11명을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국가정보원에 처음 포착됐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지난 8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휘어지는 OLED)’ 패널 및 3차원 라미네이션’ 관련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첩보를 검찰에 넘겼다.
이 기술은 전 세계 OLED 패널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삼성 ‘엣지패널’ 제조라인 핵심기술이다. 삼성은 이를 개발하기 위해 6년간 38명의 엔지니어와 15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사 대표 등은 올해 4월 삼성으로부터 받은 패널 관련 설비사양서,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B사를 설립했다. B사는 A사 대표의 형수를 대표로 한 위장회사다. B사는 확보한 정보의 일부를 중국으로 빼돌려 155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이 과정서 삼성의 기술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설비 16대도 수출됐다. A사는 삼성 납품용 설비와 같은 설비가 중국에 수출되면 삼성의 기술이 유출된다는 걸 알면서도 위장 수출을 감행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첩보를 받은 검찰은 A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오다 지난 9~10월 A사와 부산항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하면서 중국으로 빼돌리려던 수출직전의 설비 8대를 압수하기도 했다.
범행을 주도한 A사 사장과 전 전무, 설계팀장 등 3명은 구속기소됐다. 이에 가담한 A·B사 직원 8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공범인 중국업체 직원 2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중국업체 직원은 신변 확보가 어려워서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전액에 대해 부동산, 예금채권 등에 추징보전청구를 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 조치를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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