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없이 예산부터 편성
여유있는 계층만 혜택볼 것"
도의회, 내년4월 추경 반영 추진
형평성 논란에 순탄치 않을 듯
[ 윤상연 기자 ] 청년들이 내는 첫 국민연금을 대신 납부해주겠다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공약이 같은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앞서 전라남도 도의회 역시 같은 목적의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결정해 논란을 빚었던 ‘청년 연금’정책은 당분간 시행이 어렵게 됐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경기도가 요청한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사업예산 14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은 만 18세가 되는 청년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첫 보험료 1개월치(9만원)를 도에서 대신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정책이다. 첫 보험료를 납부만 하면 10년 뒤에 취업해 밀린 보험료를 추가로 내고 노후에 연금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특정인이 국민연금을 더 받도록 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국민연금 재정에도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국민연금 부담까지 정부가 지는 것은 포퓰리즘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민준 전라남도의회 부의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연금까지 관여하면 오히려 청년들이 너무 나약해질 것”이라고 예산 삭감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경기도 의원들도 상임위 예산안 심의에서 “청년연금은 소득이 없어도 매달 9만원을 꾸준히 낼 여유가 있는 가정의 청년이거나 28세가 된 10년 뒤 취업해 수천만원의 여윳돈을 추가로 납부할 수 있는 부유층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으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는 청년연금 사업을 내년 4월로 예정된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희시 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경기도에서 요청한 내년도 예산에서 청년 연금 사업 비용을 전액 삭감키로 한 것은 맞다”면서도 “내년 4월 추경 예산에 반영하기로 한 만큼 삭감보다는 보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공론화 절차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도가 밀어붙였다”며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의원 145명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135명이나 된다. 여당이 절대다수인 도의회가 이 지사의 핵심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충실한 도정’으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이 지사의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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