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엣지 디스플레이' 통째 넘어가…"中과 격차 더 좁혀져"

입력 2018-11-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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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OLED 핵심기술 유출
검찰, 코스닥 기업 톱텍 사장 등 11명 기소

삼성, 6년간 1500억 투자해 개발
휜 OLED 유리판에 붙이는 공정

톱텍, 독점납품 계약해놓고 위장업체 통해 中에 설비 판매
"자체 기술로 만든 제품만 수출…비밀유지계약 위반 아니다" 해명



[ 오상헌/고윤상/전설리 기자 ]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레이더망에 ‘톱텍’이 포착된 건 지난 8월께였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장착된 ‘끝부분이 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중국에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OLED 디스플레이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유리판을 붙이는 공정인 ‘3차원(3D) 라미네이션’은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이다.

“국가 핵심기술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 등에 넘어갔다”는 국정원의 첩보는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미 중국으로 유출된 장비와 기술을 되찾아오기는 힘들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1~2년 안팎으로 추정되는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으로 넘어간 국가 핵심기술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명 ‘엣지 디자인’ 개발에 나선 건 2007년께였다. 미래 시장을 이끌 ‘신무기’를 준비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을 감싸는 형태로 OLED 디스플레이 끝부분을 구부려 보자”는 초기 구상은 38명의 엔지니어가 6년 동안 달라붙은 뒤에야 제품화됐다. 여기에만 1500억원이 투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련 장비인 3D 라미네이션 생산을 2014년 톱텍에 맡겼다. 톱텍은 1992년 브라운관TV 시절부터 삼성과 손발을 맞춰온 업체다. 엣지 디자인을 채용한 갤럭시 시리즈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 등의 판매량이 늘면서 톱텍의 덩치도 덩달아 커졌다. ‘몸값’이 높아져 한때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올 들어 터졌다. 2014년부터 꾸준히 장비를 사들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 지난해 매출(1조1384억원)을 지키고 싶었던 톱텍엔 새로운 거래처가 필요했고, 갈 곳은 중국밖에 없었다.

검찰은 “톱텍 사장은 자신의 형수를 대표로 내세운 위장업체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삼성에 납품하는 설비와 똑같은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며 “삼성의 기술이 유출되는 걸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위장 수출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술 유출을 주도한 톱텍 방모 사장과 A 전(前) 전무, B 설계팀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톱텍은 이에 대해 “자체 기술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한 만큼 삼성과 맺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 기술을 빼돌린 사실이 없기 때문에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

OLED도 중국에 따라잡히나

삼성은 이번 기술 유출로 3년간 매출 6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가량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엣지 디스플레이’ 시장을 조만간 중국 업체들과 나눠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손에 넣은 기술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가 손쉽게 얻게 됐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중국 업체들이 엣지 디스플레이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조원 안팎인 이 시장을 놓고 삼성과 중국 업체 간 한판승부가 벌어진다. 삼성 관계자는 “엣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이 이를 응용해 ‘접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며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 유출을 계기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한국 추격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중국 천하’가 된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머지않아 OLED시장마저 중국에 내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로 올라선 중국의 LCD 생산능력은 내년께 한국의 두 배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중국의 물량공세로 LCD 패널 가격은 거꾸러졌고, 그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과 LG는 LCD 비중을 낮추고 OLED 비중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중소형 OLED패널에, LG는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패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업체들은 평판 OLED를 건너뛰고 부가가치가 높은 휘는 OLED에 곧바로 뛰어드는 식으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혔다. BOE는 최근 LG의 ‘텃밭’인 대형 OLED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OLED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상헌/고윤상/전설리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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