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멈춘다는 말 아냐"
과민반응 경계 목소리도
지난달엔 "멀었다"더니…
증시 조정이 침체 유발 위험
트럼프의 날선 비판도 부담
[ 김현석 기자 ]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just below)에 있다.”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의 두 마디가 월스트리트를 뒤흔들었다. 연 2.0~2.25%인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올리면 중립금리 수준에 닿는 만큼 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이날 뉴욕증시는 폭등했다.
하지만 장 마감 뒤에는 조정장을 촉발한 지난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발언(10월2일)을 수정한 것일 뿐이란 분석이 대두했다. 기존 통화정책을 금세 바꿀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다는 의미다.
계속된 트럼프 불만 제기가 먹혔나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을 통해 “정책금리가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낮다”면서도 “경제를 중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2일 뉴욕증시 조정장을 촉발했던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발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미 경제는 지난달이나 지금이나 더없이 좋다. 파월 의장도 경기가 견고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율이 치솟을 위험은 거의 목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발언을 달리한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경기 부담이 커지고 있다. Fed는 이날 발표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무역갈등 등 여러 충격은 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자산 가격이 최근 역사적 평균보다 오른 것을 고려할 때 꽤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금리를 올리는 파월 의장에 대해 “지나치게 약삭빠르다(too cute)”고 했다. 지난 27일엔 “J(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뒤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폭등했다. 금리 인상 횟수가 감소하거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다우는 2.48% 급등했고, 나스닥은 2.95%나 올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회의에서 12월 한 차례,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선물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내년 인상 횟수를 당초 1.6회에서 1회 수준으로 줄였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Fed가 내년에 세 차례가 아니라 한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는 반색, 채권시장은 덤덤
증시와 달리 뉴욕 채권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덤덤하게 반응했다. 정책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2년물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1.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815%로 마감됐을 뿐 10년물 수익률은 오락가락하다가 0.2bp 상승한 연 3.058%로 거래를 마쳤다. 물가에 민감한 30년물도 2.7bp 오른 연 3.347%로 마감됐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만약 경기가 좋지 않아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춘다면 모든 금리가 내려가는 게 맞다”며 “하지만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 마감 뒤에는 10년물 금리가 3.020%까지 낮아지는 등 상당폭 떨어졌다.
월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HSBC 등은 파월 의장의 말이 10월2일 발언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통화 완화 기조로 평가했다. HSBC는 “12월엔 예정대로 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금리 인상 경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반면 RBC, 소시에테제네랄(SG), TD은행 등은 파월 의장의 말을 금리 인상 중단으로 해석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톰 포리셀리 RBC캐피털마케츠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잘못 알아들었다”며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 범위 바로 아래에 있다고 했을 뿐 금리 인상을 곧 멈추겠다고 얘기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사전에 설정된 정책은 없다”며 “향후 경제·금융 지표가 뭘 의미하는지에 매우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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