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규제 심한 분야, 규제 당국 설득도 필요해"
“금융은 규제가 가장 심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섣불리 전면 도입을 노리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금융사들도 이 점을 유의해 클라우드 전환을 시도해야 합니다.”
필립 모이어 아마존웹서비스(AWS) 금융서비스 디렉터(사진)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AWS 리인벤트 2018’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모이어 디렉터는 AWS에서 글로벌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전환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우선 해당 국가의 규제에 맞춰 천천히 클라우드 도입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규제당국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전환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영국 스털링은행, 스페인 산텐데어 등 해외 다수의 금융사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이어 디렉터는 이 같은 움직임이 세계적인 금융권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 올해 초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을 도입한 게 대표적 사례다. PSD2는 제3자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업자들이 사용자 계좌에 접근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는 “PSD2를 도입하고 난 뒤 유럽 금융사들은 고객 동의에 따라 고객의 정보를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규제가 완화되면서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금융권에 클라우드가 도입되면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가령 여러 개의 은행계좌에 분산된 자산상태를 한꺼번에 조회하거나, 자산상태에 맞춘 맞춤형 투자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몇몇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도입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클라우드 업체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금융서비스 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바뀌면서 금융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모이어 디렉터는 “클라우드와 함께 자체 데이터센터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만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우려들도 곧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