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5G탐험] 5G 상용화 D-1…'세계 최초'보다 '안전' 강조한 통신사

입력 2018-11-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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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이동형 라우터 이용한 5G 서비스
통신3사 5G 대대적 홍보 지양하는 분위기
KT 아현지사 화재 계기…통신 인프라 중요성 부각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로 인한 통신장애를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5G 기자간담회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KT)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준비했으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연기하게 됐습니다."(SK텔레콤)

"5G 전략 소개 간담회를 준비했으나 통신사가 협력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행사를 연기하게 됐습니다."(LG유플러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조용히 맞게 됐다. 국내 통신사들이 예정됐던 5G 간담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29일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세계 최초'를 강조하지 않으면서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통신 인프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자는 의도로 읽힌다.

상용화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12월1일 세계최초로 이동형 라우터를 이용한 5G 서비스를 하게 된다. 움직이면서도 5G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지난 10월 5G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고정형 무선 서비스 방식(FWA)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이동통신 기술 핵심인 핸드오버가 지원되지 않아서다. 핸드오버란 이동 중에도 자유롭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동형 라우터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칩셋까지 자체 개발했다. 칩셋부터 단말, 네트워크 장비까지 모두 우리나라 기술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셈이다. 전국망을 구축하지는 못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한 상용화 시점보다 앞당겨 5G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조사, 통신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라고 부르지 못하는 머쓱한 상황이 된 배경은 KT 아현지사 화재다. 지난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통신이 마비되는 대란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통신 인프라 관리에 대한 지적이 줄이어 나오는 상황이다.

통신사는 5G 보다는 '기본'부터 다시 되돌아보자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는 5G 전파 송출을 이틀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이뤄졌다는 말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을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자료를 통해 "최근 상황은 우리에게 초연결 사회의 밝은 미래 이면에 있는 위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며 "완벽한 5G 구축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신 인프라를 운용하는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하현회 부회장은 5G의 핵심 가치 5개 중에서 '안전'을 먼저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주관하는 사내 '품질 안전관리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전국 네트워크 품질, 안전, 보안 등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KT야 말로 가장 뼈 아플 수밖에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끝마쳤기에 더 그렇다. 5G는 황창규 KT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사업이기도 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전 세계에 5G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5G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황 회장은 5G 전파 송출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서 5G 준비나 기대감을 말하기 보다, 화재로 인한 복구에 총력을 다해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황 회장은 "5G 시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이 연결될 것"이라며 "이번 재난 극복 경험을 발판으로 위기대응 능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5G 시대는 시작됐다. KT 아현지사 화재가 다가올 5G 세상의 통신 인프라 관리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인해 현 상황을 되돌아보고 점검하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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