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국내 108개뿐인 전문병원은 의료기관 인증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중증질환 수술 등에 실력이 좋다고 인정한 곳입니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하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하는 나쁜 병원은 전문병원이 될 수 없죠.”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전문병원협의회 홍보위원장·사진)은 “국민에게 전문병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전문병원 가이드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학병원 환자 쏠림을 막고 특정 분야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2011년 전문병원을 처음 지정했다. 전문병원이 모인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올해 8월 소속 병원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협의회는 전국 보건소, 소방서 등에 10만 부를 배포할 계획이다.
전문병원 명칭을 얻으려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받으려면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실마다 양압설비를 갖춰야 한다. 병동별 간호스테이션은 물론 병원 내 식당도 위생 기준에 따라야 한다. 서 원장은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설비 등을 구축하는 데만 12억원 정도 들였다”고 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환자구성, 의료인력, 병상수, 의료질, 서비스 수준 등을 심사한다. 전문병원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으려면 환자 45% 이상이 척추질환자로 구성돼야 한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척추질환 전문의가 4명을 넘어야 한다. 항생제도 많이 쓰면 안 된다. 대학병원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낫지만 진료비는 더 저렴하다.
복지부는 전문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별도로 의료질을 평가해 질 높은 곳에 지원금을 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 원장은 “복지부에서 지정한 모든 전문병원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검증받았다”며 “전문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병원을 제대로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전문병원이 아닌 의료기관들이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불법으로 사용해 광고하는 탓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전문병원을 치면 탈모전문병원, 눈재수술전문병원 등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는 곳들이 자동검색으로 뜬다. 그만큼 많은 환자가 전문병원을 혼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광고성 블로그 게시글이 쏟아져 나오는 지방흡입전문병원, 하지정맥류전문병원, 다한증전문병원 등은 모두 가짜 전문병원이다. 서 원장은 “최근 전문병원이 아닌 곳에서 어깨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가 우리 병원을 찾았는데 의료진이 수술이 필요 없다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환자들이 비급여 수술을 많이 한다고 인식하는 상당수 전문병원은 가짜 전문병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 원장이 진료하는 바른세상병원은 경기 분당·성남 지역에 하나뿐인 관절 전문병원이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24명 중 정형외과 전문의만 12명이다.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웬만한 대학병원만큼 전문의가 많다. 어깨 무릎 발 등을 보는 전문의가 모두 한 병원에서 근무한다.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손이 아프다고 하면 손을 보는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등 의사들이 자신이 맡은 세부전문 분야 진료에만 신경 쓸 수 있다. 서 원장은 “전문병원은 대부분 이처럼 많은 전문의가 근무한다”며 “전문의 숫자가 적은 일부 병원에서 문제가 되는 대리수술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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