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심사도 못 끝내…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 물 건너가

입력 2018-11-30 17:56  

예산심사 시한 당일까지
'감액' 완료 못한 건 처음

예산 부수법안도 상정 불발
20조 규모 '졸속 심사' 불 보듯



[ 김우섭 기자 ]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법에서 예산안 심사 기일로 정한 30일까지 감액심사조차 마치지 못한 것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증액심사는 시작도 못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인 12월2일까지 본회의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밀실 협상 불 보듯 뻔해

예결특위는 30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심사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예산안은 ‘감액심사→증액심사→예결특위 전체회의 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예년엔 법정 시한을 못 지키더라도 첫 단계인 감액심사 합의엔 도달했지만 올해는 여야 간 대립으로 이마저도 실패했다.

올해 여야의 예산안 심사는 예년에 보기 드문 ‘졸속의 연속’이었다. 예산 소위가 2015년 이후 가장 늦게 꾸려진 데다 여야가 4조원에 달하는 세입 결손분을 어떻게 채울지를 놓고 공방을 펼치면서 연일 파행을 빚으며 부실 심사와 법정 시한 초과를 예고했다.

30일 밤 12시까지 여야 원내대표가 예산안 심사 기한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예산안은 정부 원안이 1일 자동 상정됐다. 다만 2일이 휴일이고 심사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야가 본회의 일정을 막판까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엔 여야 예결위 간사들과 원내대표만 참여하는 ‘소소위원회’를 통해 몰아치기 증감액 심사에 들어간다. 이들은 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본회의 일정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소소위를 통한 여야의 ‘밀실 협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예결위 회의와 달리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회의 참석자의 발언 등 협상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년 지역 민원 등 ‘쪽지예산’이 대거 반영되는 폐해를 보였다.

예산부수법안도 졸속 심사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예산부수법안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부수법안 역시 본회의 상정 절차를 마치지 않아 다음날(12월1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28개 법안 중 26개가 몰려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제외하고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지방교육 재정교부세율을 기존 20.27%에서 20.48%로 높이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교육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 두 개 법안은 아직 심사도 못했다.

20조원 이상의 세입·세출을 결정하는 예산부수법안의 졸속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법(최고세율 2.5%)이 통과될 경우 종부세 대상자들은 2023년까지 4조4291억원(정부안)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종부세법은 최고세율이 3.2%로 더 높아 세 부담이 크다. 야당은 종부세 인상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심사와 토론도 하지 못한 채 기재위 손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낸 예산부수법안 17개가 원안대로 통과되면 21조5000억원 이상의 세금 인상과 세수 감소 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로 인해 회계연도(1월1일) 시작 한 달 전에서야 속도를 내는 현행 예산심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새 회계연도 시작(10월1일)보다 훨씬 앞선 5월15일까지 세출 예산안을 심의하고 법안들은 한 달 뒤인 6월15일에 심의를 종료한다. 정치권 한 인사는 “예산부수법안은 관습적으로 본회의 자동 상정일(11월30일) 하루나 이틀 전에 확정되고 있다”며 “관련 법안들의 논의가 미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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