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 케이블·종편에 밀린 지상파, 중간광고한다고 살림 나아질까

입력 2018-12-01 08:43   수정 2018-12-01 09:24


"똑같은 시놉시스라도 이젠 배우들이 지상파에서 한다고 하면 안해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니까."

방송가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방송가의 주도권이 지상파에서 케이블과 JTBC를 주축으로 한 종합편성채널로 완전히 이전됐다는 의미다. tvN '미생', '시그널'은 지상파에서 버림받고 케이블에서 대박이 난 케이스다. 하지만 최근엔 독창적이고 센 기획을 가진 제작사는 케이블과 종편을 먼저 찾는 분위기다.

콘텐츠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입의 주축이 되는 광고 수익 역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상파는 이 위기를 '중간광고'로 타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능이 1부와 2부로 나뉘고, 16회 미니시리즈가 30분씩 쪼개져 32회로 된 지 어언 2년. 지상파 방송들은 2016년 후반부터 이미 변칙적으로 중간광고를 일부 시행해오고 있었다. 1973년부터 금지됐던 중간광고가 유명무실해진 것.

반을 나눈 사이 들어가는 광고는 프리미엄CM(PC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PCM은 묶음으로 팔던 기존의 프로그램 광고와 달리 단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방송가 입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알짜' 장사가 된 셈이다.

편법이라는 지적은 유사 중간광고가 등장할 때부터 있어왔다. 그럼에도 지상파들은 "재원확보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입장이다. 억지는 아니다. 케이블에 이어 종편까지 출범하면서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014년 1조8976억 원에서 2017년 1조4121억 원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중간광고를 허용해 주면 한류콘텐츠 제작 강화와 독립제작사 등과의 상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까지 발표했다.

지상파의 끈질긴 요구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9일 방송광고제도개선에 대한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지상파의 가상·간접광고, 중간광고, 협찬제도 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빠르면 내년부터 지상파에서 '합법적'으로 중간광고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단순히 중간광고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지상파가 재원을 확보하고, 콘텐츠 질을 향상시켜 케이블과 종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문협회는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광고총량은 약 1000억 원에서 12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지만 이미 예능, 드라마를 분할편성해 사실상 중간광고가 시행되고 있어 실질적 효과는 예상치보다 작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황성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방송시장은 구조적으로 지상파 부진과 비지상파, 인터넷 매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광고시장 역시 중심축이 전통매체(지상파)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중간광고를 통해 매출 증대 해법을 찾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외부 플랫폼과 협력하고,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CJ ENM과 JTBC와는 다른 양상이다.

CJ ENM의 미디어 사업은 올해 3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8% 증가한 37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중 디지털 광고 매출은 1240억 원으로 전년 3분기 대비 33.6% 성장하며 미디어 사업 실적을 견인했다.

JTBC는 '미스티'로 2016년 사드 이후 가장 먼저 중국 시장을 뚫어 화제가 됐다. 판매단가는 약 20억 원 중반대로 추정된다. 가격 자체는 높지 않지만, 사드 이후 첫 계약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1일 첫방송되는 tvN 새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중국 판권 판매를 논의 중이다. 2년만에 열린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중국의 선택도 지상파가 아니었던 것.

때문에 지상파보다 비지상파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플랫폼의 지위와 콘텐츠 제작 권리도 유지하려 하면서도, 정작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는 적어 제작사의 부담이 크다"며 "좋은 기획안이 있다면 요즘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과 종편을 먼저 찾는 분위기가 나오게 된 이유"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케이블과 종편은 콘텐츠 전문 제작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KBS에서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할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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