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사진)·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이번주 초 동시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들 전직 법원행정처장의 서명이 있는 점을 주목하고, 문건에 담긴 인사조치 내용이 실제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졌는지 규명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으로의 수사를 위해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인신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오는 3∼4일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하고 혐의사실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전직 대법관이 범죄혐의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도 영장 청구에 앞서 거듭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특히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을 통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제출받은 법관 2명의 인사 관련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6일 압수수색에서 2014~2017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관련 보고문건을 확보한 이후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조사해왔다.
이들 문건에는 법원행정처 차장-행정처장-대법원장 순으로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다. 전직 행정처 최고위급 간부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건' 외에도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지침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법원과 검찰간 긴장관계는 이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압수수색 영장과는 달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영장은 더욱 엄격하고 공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탓이다. 구속영장 심리가 영장전담판사 중 누구에게 맡겨지느냐에 따라 심사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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