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단을 없애기 위해 그 뿌리를 뽑아버림-춘추좌씨전
▶ 한자풀이
拔: 뽑을 발, 무성할 패
本: 근본 본
塞: 막힐 색, 변방 새
源: 근원 원
주나라 주공(周公)은 공자가 평생 흠모한 인물이다. 유가들이 고대 중국의 최고 성인으로 추앙하는 주공은 문왕의 넷째 아들이며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다. 문왕은 강태공이라는 책사를 얻어 망조가 짙어가는 은나라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 세력을 키웠고, 그의 아들 무왕은 동생 주공을 책사로 중용해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다.
무왕은 주나라를 세운 뒤 6년 만에 어린 아들 희송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주나라 2대 왕 성왕이 바로 희송이다. 주공은 모든 권력을 쥐었지만 어린 조카의 왕위를 넘보지 않고 ‘조카’를 충(忠)으로 보필했다. 주공은 7년 섭정을 마친 뒤 성왕에게 온전히 권력을 넘겨줬다. 피비린내 풍기는 권력 찬탈의 시대를 산 공자는 이런 주공을 평생 흠모했다.
<춘추좌씨전>에 전해오는 성왕의 말은 그가 주공을 얼마나 의지했는지를 오롯이 보여준다. “나에게 백부(伯父)는 옷에 갓과 면류관이 있으며, 나무와 물에 근원이 있고, 백성에게 지혜로운 임금이 있는 것과 같다. 백부께서 만약 갓을 부수고, ‘근본을 뽑고 근원을 틀어막아(拔本塞源)’ 지혜로운 임금을 버리신다면 비록 오랑캐라 할지라도 어찌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겠는가.”
성왕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은 원래 ‘근본을 뽑고(拔) 근원을 틀어막다(塞)’는 뜻이니, ‘폐단의 원인을 뿌리째 없앤다’는 현대적 의미와는 뜻이 다소 어긋난다. 현대에는 잘못의 근본, 잘못의 근원을 뿌리 뽑고 틀어막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참고로 색(塞)은 가로막다는 뜻이고, 변방이란 의미로 쓰일 때는 ‘새’로 읽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요새(要塞)가 그런 사례다.
가지만 흔드는 자는 뿌리를 보지 못한다. 만물의 해답은 근원에 있다. 용기 있는 자는 뿌리를 캐고, 나약한 자는 곁가지만 붙잡는다. 악성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근원을 제거해야 새 살이 돋는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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