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10인치 이상 커져
건조기, 세탁기 수요 맞먹어
무선청소기는 유선 점유율 추월
의류관리기도 혼수 필수 아이템
[ 고재연 기자 ]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이수진 씨(30)는 서울 신당동에 85㎡(26평)짜리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마련했다. 크지 않은 평수지만 TV만큼은 65인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을 반영했다. 건조기와 의류관리기도 ‘구매 1순위 리스트’에 올렸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데다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서 “건조기는 가사노동에 혁명을 일으킨 제품”이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재우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점 팀장은 “신혼부부 고객의 100%가 건조기를, 70%는 스타일러를 꼭 함께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가전 시장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선호하는 TV 크기는 7년 전과 비교해 10인치 커졌다. 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신(新)혼수가전’의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가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가전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TV크기=거주면적+40인치
평수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싶은 TV를 선호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넷플릭스 콘텐츠와 고해상도 게임 등을 대형 화면으로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평대 거주자가 선택한 TV 크기는 지난해 기준 평균 53.4인치였다. 2010년(43.1인치)에 비해 10인치 이상 커졌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TV 교체 주기가 평균 7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7년 뒤에는 제품 크기가 10인치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거주면적+40=TV 인치’라는 새로운 공식을 개발한 것도 이런 트렌드의 반영이다. 25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겐 65인치 TV를, 35평엔 75인치 TV를 추천한다는 뜻이다.
대형 TV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달 4K TV보다 4배 더 선명한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8K TV를 국내에 선보였다. 65·75·82·85인치로 대형 TV 위주로 라인업을 꾸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0인치 이상 TV 구매자를 중심으로 8K TV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혼수 ‘필수템’이 바뀐다
LG전자는 올해 가장 중요한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신혼수가전 4인방’의 인기를 꼽았다. 건조기 스타일러 코드제로A9 공기청정기 등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연 혼수구매 이벤트에서 냉장고 등 기본 가전과 함께 건조기 등 ‘신4인방’을 구매한 고객 비중이 전체의 54%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 비중이 30% 안팎에 불과했다. 판매량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건조기 100%, 스타일러 110%, 코드제로A9 450%(지난해 7월 출시), 공기청정기 80%였다.
혼수가전은 한 번 사면 10년씩 쓴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LG전자는 젊은 신혼부부를 공략하기 위해 주요 제품에 렌털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안마의자, 정수기 등이 주류였던 렌털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공기청정기, 전기레인지, 건조기, 스타일러, 냉장고까지 확대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지각 변동도 일어나고 있다. 2016년 10만 대 수준이던 건조기 시장은 올해 150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조만간 세탁기 시장(200만 대)과 맞먹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선청소기 시장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올해 유선 청소기 점유율을 처음 추월하며 ‘대세’로 올라섰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무선청소기는 132만4000대에 달했다.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7%로 유선청소기를 넘어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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