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위 주문'으로 점심 뚝닥[카드결제로 본 삼시세끼(中)]

입력 2018-12-04 08:54  

7~11월 점심시간대 매출 1위 '도시락'
점심도시락, 중구 강남구 관악구 용산구서 많이 팔려
카드결제 건수, 오전 11시~낮 12시 크게 늘어
배달앱 요기요, 혼밥 주문 수 전년比 62% 증가



#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윤모 씨(35)는 오전 10시가 넘어서면 휴대폰을 꺼내 배달 앱을 연다. 점심식사로 주문할 메뉴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시까지는 주문을 넣어둬야 점심시간(12~1시)에 맞춰 식사를 할 수 있다. 윤 씨는 "오후 6시, 정시에 퇴근하려면 점심을 빨리 해결하고 일하는 게 낫다"면서 "주로 스시나 샐러드 같은 냄새가 덜 나는 음식들을 주문하는데 배달 시간까지 고려해야 시간을 쪼개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일 오전 11시30분 전후로 서울의 오피스빌딩 앞에서 배달음식을 건네 받는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 대리부터 부장님까지…12시 전 '빠른점심' 선호

올해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뒤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이 확 바뀌고 있다. 인근 식당에서 팀원들과 함께 먹는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배달 음식 등으로 '나홀로 밥'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서 점심시간 중 편의점 간편식 매출이 급증세다. 편의점 CU(씨유)의 지난 7월~11월 점심시간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도시락이었다.

또 샐러드(78.7%), 샌드위치(25.0%), 주먹밥(14.2%) 등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상품들의 매출 신장률이 상대적으로 컸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점심 시간을 줄이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중구, 강남구 등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의 간편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2.9%와 15.5% 늘어났다.

GS25에서도 올해 도시락이 가장 많이 판매된 시간대가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였다. 요일별로는 수요일(15.1%)과 화요일(15.0%)에 가장 많이 팔렸다. 세븐일레븐의 점심 도시락 매출 상위 지역은 주요 오피스 상권인 중구, 강남구, 관악구, 용산구 등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직장인들의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높은 가성비와 함께 시간의 효율이 매우 높은 점이 인기 요인으로, 이 같은 고객 니즈를 반영해 최근 카페형 편의점 '도시락카페'를 전국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했다.

점심시간도 빨라지는 추세다.신한카드가 2012년, 2015년, 올해 각 3분기 점심시간 외식업계 카드 결제시간을 분석한 결과 오전 11시~낮 12시까지 외식 결제 건수는 평균 2.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에 낮 12시~1시, 오후 1시~2시까지는 각각 0.5%포인트, 2.0%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점심시간이 빨라졌다는 이야기다.

신한카드는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점심시간을 앞당기고 있다"며 "배달주문과 같은 선결제 문화가 확산된 영향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 변화하는 직장인 점심문화…'집단'→'개인' 중시

개인 시간을 중요시하는 문화 역시 '혼밥족'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팀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몰려가 점심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업무시간에 최대한 일에 집중하고 점심때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달앱 '요기요'가 올해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직장인 밀집 지역 6개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앱을 이용해 점심식사(오전 11시~오후1시)를 주문하는 직장인 혼밥족들의 주문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2.7% 증가했다.

이 지역의 전체 주문량도 절반 이상(52%)이 점심시간에 집중됐다. 일반적으로 저녁시간 주문이 두 배 가량 높은 점을 고려했을 때, 점심때 배달 음식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샐러드와 덮밥, 수제버거, 샌드위치, 빵, 커피 등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의 주문 비중이 70.4% 늘었다.

김현득 알지피코리아 데이터실장은 "주요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개인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배달앱으로 1인분 메뉴를 주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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