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개혁정책 중대 기로
[ 이현일/정연일 기자 ] 프랑스 정부가 전국적인 ‘노란 조끼’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류세 추가 인상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작년 5월 양대 기성 정당을 물리치고 당선돼 경제개혁을 추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은 집권 후 처음으로 거리 시위에 부딪쳐 물러섰다. 향후 마크롱 정부의 개혁정책과 경제 성장 드라이브가 중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년 1월로 예정된 유류세의 추가 인상과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을 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필리프 총리는 “이번에 표출된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려면 맹인이나 귀머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프랑스의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금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마크롱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가 3주째 계속되면서 폭력 사태까지 벌어져 사상자가 잇따르자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은 유류세 인상 유예가 아닌, 기존 인상 조치를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시위가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란 얘기가 나온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저소득층 자가용 운전자 세제 혜택과 에너지 보조금 확대 등 민심 달래기 정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유류세) 유예 조치로는 프랑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개혁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법인세는 깎아주고 노동조합을 대상으로는 개혁을 강행하면서 ‘부자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았다. 국정 지지도는 지난달 25%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무리한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이 민심에 불을 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년간 유류세를 경유(디젤)는 23%, 휘발유는 15%를 인상하자 운수업 종사자들이 지난달 17일부터 차량에 비치된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왔다.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극우주의 단체와 극단 좌파 정치집단까지 가세하면서 극렬한 폭력 시위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이달 1일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번화가에서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고 상점과 관공서를 파괴하기도 했다.
이현일/정연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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