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로 소통하라

입력 2018-12-05 18:23  

김성규 < 세종문화회관 사장 ceo@sejongpac.or.kr >


2005년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과 함께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다. 파리를 거쳐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들렀는데, 당시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긴 줄을 서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예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예술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입장을 위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발길을 돌렸다. 한국에 돌아와서 뒤늦게 그 미술관이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했다.

이후 나는 미술 관련 서적을 찾아 읽게 됐다. 2년 뒤 프랑스 메세나법 연구조사 차 떠난 파리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예술이 과거에는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이었음을 알게 됐다.

예컨대 글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교회에서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전파했다. 이것이 지금에 와서는 예술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전화와 인터넷, 다양한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예술의 의사전달 기능은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예술이 계속해서 소통이라는 속성 자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유학을 떠난 큰딸에게도 예술은 소통의 큰 힘이 됐다. 아이가 혼자 캐나다에서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일이다. 한국에서 몇 달 동안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능숙하지는 않았기에 현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아이는 초등학교 때 다양한 악기를 배웠던 경험을 되살려 교내 오케스트라에 찾아가 비어 있는 악기 파트를 맡겠다고 했다. 그렇게 오케스트라에 합류해 연주를 시작했고, 그곳 친구들을 사귀면서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주위를 둘러보면 예술로 소통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예술로 소통하는 곳이다. 365일 공연과 전시, 축제, 예술아카데미가 열리는 이곳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한 교류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국내에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공연장을 찾는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역할도 요구된다. 이들이 예술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고, 예매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예술로는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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