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지는 은행들, 주주친화정책 확대로 투자 매력 높아질 듯

입력 2018-12-06 17:01  

Cover Story - 기업은행

은행업종 전망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위원



국내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가는 약세다. 은행주는 올해 들어 평균 16.6% 하락했다.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과거엔 은행의 주당순이익(EPS)과 주가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같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그리고 2017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두 시기는 모두 은행권에 대한 대출 금리 규제 이슈가 극심했던 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은행주 주가와 매우 비슷한 방향성을 지닌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둔화 우려도 큰 상황이다. 또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가계 부채 우려도 확산 중인데, 이런 점들이 은행주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의 흐름부터 보는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우려로 내년에 은행의 대손비용률(credit cost·대손충당금 전입액/총여신)이 큰 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은행의 대손충당금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먼저 지난 수년간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대기업 대출과 순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 및 대부분 부동산 담보인 소호(SOHO·1~10명 규모의 소기업) 대출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무담보 대출에서 담보 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면서 은행이 최종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두 번째는 가계신용 대출과 기업 대출 등 전 부문에서 고신용등급 차주 비중이 확대된 점이다.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전체 은행권 가계신용 대출 가운데 고신용등급(1~3등급) 차주 비중은 2001년 58.0%에서 2017년 70.2%로 12.2%포인트 늘었다. 기업 대출도 고신용등급(AAA+~A) 차주 비중이 2010년 20.5%에서 올해 3분기 말 40% 수준까지 상승했다.

세 번째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있지만, 이것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한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다른 국가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조선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슈가 발생한 것처럼 과잉 신용공여 상태도 아니다. 2006~2008년 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30%를 웃돌았던 반면 가계 대출은 지금까지 증가율이 대체로 연평균 10%를 밑돌고 있어 과잉 신용공여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위기는 항상 예상치 못한 부문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난 수년간 가계 부채 문제가 끊임없이 이슈화되면서 감독당국의 관리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려와 달리 내년 은행 이익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와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 대책’ 관련 대출 규제에도 4% 수준의 대출 증가율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면 순이자이익은 5%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손비용 증가 폭이 이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은행들의 대손비용률은 매우 낮아진 상태다. 실질적인 대손비용 감소 외에도 충당금 환입 요인이 다수 발생한 덕분이다. 내년에는 어느 정도 대손비용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딜라이브 등 앞으로 충당금 환입이 일어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충당금 잔액이 1조원을 넘어 내년에도 일부 충당금 환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 연체 등 대출 건전성 문제가 금리와 경기에 상당 기간 후행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설령 은행 부실 증가 요인이 부각된다고 하더라도 대손비용률이 내년에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

주가가 실적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주주친화 정책일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당장 대폭 상향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은행들은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친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가계 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이 예정돼 있지만 적립비율이 최대인 2.5%까지 부과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모든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필요자본비율을 웃돌아 자본 적정성은 상당히 견고한 상태다. 자사주 매입 여력은 충분하다.

당장 의미 있는 배당성향 상향은 어렵겠지만 은행들의 절대 이익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주당배당금(DPS)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가 약세로 은행주의 올해 평균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배당기준일 주가)은 4.3%를 넘어 역대 최고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주의 배당 투자 매력이 돋보일 전망이다.

chunguk.choi@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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