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
마케팅 비용 막는 자본주의 봤나
카드사 '팔 비틀기'로만 보여
[ 정지은 기자 ]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신용카드 정책을 짜는 곳은 없습니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소상공인에 이어 정치권에까지 휘둘리면서 카드산업 자체를 망가뜨리는 정책을 내놨다”며 “카드 정책에 방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전체 결제시장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나들 정도로 높다”며 “25%가 채 안 되는 미국이나 10% 안팎인 유럽 등에 비해 카드산업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산업이 성장한 데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의 카드 활성화 정책에 의해서다. 그는 “정부가 카드산업을 활성화해 놓고 돌연 고사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열에 일곱은 카드를 긁는 시대가 됐는데 그 산업이 망가졌을 때 시장에 닥칠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정책은 정부가 소상공인 입장을 대변하느라 카드사 팔을 비튼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시장가격이나 경쟁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한발 물러서 심판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 축소를 주문한 데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케팅 비용 지출을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며 “시장에 맡겨야 할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면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우대 대상이 전체의 93%에 달하는 경우도 해외에선 있기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카드산업이 흔들리면 카드사 직원, 카드 모집인, 밴(결제대행)사 직원 등 또 다른 형태의 약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까지 감안해서 정책을 짜야 한다”며 “약자(소상공인)를 돕겠다면서 또 다른 약자(카드산업 종사자)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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