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시각장애인 0.05%만 쓰는 점자정보단말기...셀바스헬스케어, 캐나다 휴먼웨어에 도전장

입력 2018-12-06 18:00   수정 2018-12-07 09:49


0.05%. 전 세계 2억5000만 명의 시각장애인 중 점자정보단말기를 쓰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다. 거의 유일한 시각장애인 전용 정보기술(IT) 기기임에도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스티비 원더도 애용

점자정보단말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기기로 일종의 노트북이다. 이 기기를 사용하면 시각장애인도 IT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점자정보단말기는 점자 입력 키보드와 점자 출력 패드, 스피커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점자 입력 키보드로 점자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점자 출력 패드는 인터넷 자료를 점자로 전환해 시각장애인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미국 가수 스티비 원더,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이창훈 전 KBS 앵커 등 유명인들도 점자정보단말기를 애용할 정도로 시각장애인 사이에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기로 평가 받고 있다.

시장 선두 기업은 캐나다의 휴먼웨어다. 휴먼웨어의 '브래일 노트'가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한국 셀바스헬스케어의 '한소네'가 추격하고 있다. 한소네의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가장 큰데 휴먼웨어가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한소네5는 세계 최초로 GMS(Google Mobile Service) 디바이스 인증을 획득했다. 시각장애인도 유튜브, 구글 맵스, 지메일은 물론 구글플레이에서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제품은 타사 제품에 있는 불필요한 터치스크린을 없애고 계열사인 셀바스AI의 음성기술을 탑재해 음성과 문자를 상호 전환할 수 있는 고품질의 음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 오피스를 통해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읽거나 편집할 수 있다.

한소네5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GMS 인증을 받으면서 미국의 42개 맹학교 가운데 29곳이 휴먼웨어 제품 대신 힘스 한소네5를 도입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맹학교에 납품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 예산 확대해야"

세계 점자정보단말기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아직 규모가 작다.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소득 수준이 낮은데다 기기 가격이 500만원 이상으로 비싸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구매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맹학교 같은 복지시설이 정부의 장애인 관련 예산을 받아 기기를 구입한 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는 게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씩 예산이 늘고 있지만 아직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용노동부에서 복권기금을 유치해 점자정보단말기 지원 사업 예산으로 활용했던 것처럼 다양한 예산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기기가 장애인의 고용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 장애인이 사무를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셀바스헬스케어 관계자는 "국내 본사와 미국 지사에서 총 10명의 시각장애인 직원이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촉진하도록 체계적인 점자정보단말기 공급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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