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 70% 외국기업에 의존
기술강국 되려면 시장 역량 키워야"
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중국은 지난 8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해 탐사할 예정인 ‘창어(嫦娥)4호’를 발사했다. 얼핏 보면 중국은 거의 모든 영역의 공산품을 생산하는 세계 경제의 생산기지이자 우주 탐사선,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 등을 제조하는 기술강국이다. 우리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에 초조해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미국 정부 요청으로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가 이유이나, 중국 기술 선도 기업에 대한 견제 및 길들이기와 미·중 무역 협상용 압박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서방 국가들이 보안상 이유로 화웨이의 통신장비나 부품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올 4월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중싱(TZE) 역시 대북한 및 이란 제재 위반으로 미국이 거래 중단을 밝히자 핵심 부품 수입의 어려움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 이미 우주·군사 기술강국이 된 중국이 왜 핵심 산업 기술에서는 미국이 부품 공급을 끊을까 노심초사하고,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의 견제와 공세에 밀리는 약한 모습일까.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에 이어 2위이자 세계 최대 수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지만 아직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의 70% 이상을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이 담당한다. 주요 ICT 기업 역시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핵심 부품 없이는 생산이 어렵다. 2015년 기준 70%에 이르는 핵심 부품 수입 비중을 2025년까지 30%로 줄이는 것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의 목표다.
중국 토착 기업의 연구개발(R&D) 성과나 기술 자생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군사나 우주 부문 기술은 산업 기술로 전환하지 못하고, 폐쇄적 권위주의와 비밀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겉보기에 거센 중국의 기술 추격은 사실상 외자 기업 기술과 수입 부품으로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결과다.
취약한 중국 산업 기술의 뿌리는 ‘관(官) 주도형 경제’다. 관 주도형 경제란 공산당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기업 및 시장에 대한 다양한 영향력 행사와 간여가 일상화된 현상을 말한다. 정부 조직뿐 아니라 관료적 정실(情實) 관계 및 지역 보호주의로 얽힌 중국 기업의 소유 구조와 의사 결정, 인사, 금융, 심지어 구매와 판매의 광범위한 관리 영역이 관의 승인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지방정부는 재정 수입 확보와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 시장 간여에 나서게 되고, 기업들은 결국 정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적 영향 아래 놓인 불안한 기업 경영자가 내다볼 수 있는 시간 지평은 짧다. 이들은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라이선스 수입, 외자 의존형 생산 및 수출,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손쉬운 방법을 선호한다.
중국은 기술 획득을 위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지만 이 또한 주로 정부 의존형 기업 중심으로 추진된 까닭에 낮은 효율과 높은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외 투자 정책에 앞장서 정부의 환심을 산 뒤 금융 지원을 얻거나 국내 시장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도모한다. 자금의 해외 도피 통로로 악용하기도 한다. 이들의 높은 리스크와 낮은 효율성 역시 관 주도형 경제의 어두운 면이다.
중국이 기술강국으로 진화하려면 경제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 기능이 분리된 투명한 경영환경과 재정제도를 마련하고 지역 간 보호주의 장벽을 허물어 관 주도형 경제를 해체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보호가 아니라 시장 역량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장기적 기술 투자와 산업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중국 정부의 하수인’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반복되는 한 ‘중국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한·중 경제 협력 구조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역내 경제의 기술 자립 노력도 중국의 기술 선진화에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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