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온라인쇼핑 확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해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연평균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혁명을 기반으로 한 '아마존 효과'가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온라인쇼핑 성장은 오프라인 소매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연평균 1만6000명의 관련 취업자수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1일 BOK이슈노트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거래 증가로 2014~2017년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연평균 0.2%포인트 내외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부진하고 물가는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온라인 유통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007년부터 10년간 온라인판매 상품의 물가상승률과 온라인판매 비중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상품 판매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해당연도 상품물가상승률 0.08~0.10%포인트 떨어졌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0.02∼0.03%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요인 등이 반영되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한국의 상품 근원물가상승률은 2013년 1.5%에서 2017년 0.5%로 내려갔다.
또한 온라인거래 확대는 온·오프라인 판매간 대체효과를 통해 오프라인 도소매업 부문 취업자수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비롯한 무점포 판매는 급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판매는 성장세가 정체되며 관련 취업자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태경 한국은행 과장은 "온라인거래 확대로 위축된 오프라인 매출 규모를 바탕으로 취업자 수 감소 규모를 시산한 결과, 4년 반 동안 도소매업 부문 취업자수가 연평균 1만6000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 상반기에는 9000명의 감소 효과가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른 물류, 정보통신기술(ICT) 등 연계 업계의 신규 창출 인력 수요는 감안하지 않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은 스마트폰 증가와 간편결제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2014년부터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판매 총액은 80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액 440조1000억원의 18.2%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9.0%), 독일(7.9%), 일본(7.4%) 등 주요 선진국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매판매 증가분에서 온라인판매의 기여율은 2014∼2017년 평균 83.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장기평균(2002~2013년) 수준(19.6%)을 4배 이상 웃돌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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