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단식정치'…의원 이탈 단속한 '뜻밖의 한 수'?

입력 2018-12-12 17:35  

단식 7일째…김관영·오신환 등
바른미래 의원들 '릴레이 단식'
존재감 높이고 리더십 강화 효과



[ 박종필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가 선거구제 개편을 압박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로 꺼내 든 단식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구제에 대한 여론 환기 효과 못지않게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까지 제어하는 ‘뜻밖의 한 수’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7일째를 맞은 손 대표의 단식농성은 바른미래당뿐 아니라 여야 모두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내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손 대표의 단식을 빨리 끝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72세인 손 대표의 고령을 우려해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청와대 시위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연대 단식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다. 이날은 나경원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손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손 대표가 과거 민생대장정, 춘천 칩거, 강진 토굴생활을 할 때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모처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대표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굶어도 배고프지 않다. 문제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 대신 매일 면도한 얼굴에 정장 차림으로 국회 본관 로텐더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전날부터 몸이 힘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몸과 마음을 정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목요일 단식을 선언하고 나서 그 시간부터 물과 소금 외에는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며 “‘손학규 건강 좋네’ 이러면서 무한정 끌지 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한국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대표의 단식으로 당내에서 탈당이 점쳐지던 의원들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가 끝나면 복당 예정이던 일부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친박근혜계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탈당을 고민해온 의원들의 운신 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관측이다. 최근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과 맞지 않아 괴로움이 있다”고 밝힌 유승민 의원도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당내 의원들이 동조 투쟁에 나서면서 리더십 복구 효과도 거두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오신환 사무총장을 시작으로 소속 의원들이 매일 두 명씩 순번을 정해 24시간 동안 손 대표와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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