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이 치고 나간 '수소 사회',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해야

입력 2018-12-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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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 구축 계획을 밝혔다. 124개 협력사와 연구 개발 및 연료전지시스템 공장 건설 등 설비 확대에 7조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50만 대 체제가 완성되면 연간 경제효과는 25조원, 직·간접 고용효과는 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수소 사회’ 실현 가능성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수소산업 분야의 선도자로서 미래 수소 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소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이다.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현대차의 두 배인 연간 수소차 100만 대, 충전소 1000개 이상을 보급한다는 ‘수소차 굴기’를 선언했다. 일본은 2014년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4만 대, 충전소 160개를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과 독일도 수소차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2013년 수소차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인식 부족과 생산단가, 충전소 설치의 어려움 등으로 거북이걸음을 해왔다. 이제는 중국 일본 등 후발국가에 따라잡힐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수소차는 개발 초기 정부 보조가 필수다. 하지만 전·현 정부 모두 수소차에 대한 ‘통 큰’ 지원에는 미온적이었다. 수소차의 가치를 잘 몰랐던 데다 특정 기업 지원에 따른 부담, 충전소 관련 민원 가능성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수소차 육성 계획을 밝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제 현대차가 정부에 화답하며 과감한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수소차는 물론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보조 확대다. 차값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보조금은 올해 700여 대분에 불과해 1000명이 넘는 계약자가 구매를 포기했다. 내년에는 보조금 대상이 4000대로 늘지만 수소차 생산 능력에 걸맞은 보조금 추가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 15개인 충전소는 내년 30개가 더 생기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유럽 등보다 훨씬 까다로운 입지 규제를 풀고 주민 설득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수소전기차는 연관사업 파급 효과가 크고 수소연료전지는 발전 운송 등 다른 분야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국이 친환경차 보조금을 수소차 중심으로 바꾸고 일본이 충전소 설치는 물론 충전소 운영 보조금까지 주며 수소차를 육성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14년 일본이 만든 수소차 ‘미라이’는 지금까지 5000대 넘게 팔렸다. 1년 먼저 출시된 현대차 투싼 ix35 누적판매량(약 1000대)의 다섯 배다. 수소차 사업이 민·관이 합심해 ‘글로벌 세계 1등’을 만드는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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