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대륙의 '갤럭시' 패싱…삼성폰이 죽쑤는 이유

입력 2018-12-13 08:15   수정 2018-12-13 08:39

삼성, 중국 텐진 휴대폰 공장 가동 중단
점유율 5년래 20%대에서 0%대로 곤두박질
중국 제조사 가격 성능 높아져…경쟁력 저하
중국 정부, 구글 플레이스토어 차단 영향도
선공개·선탑재…갤럭시A8s 통해 반전 노려





삼성전자가 중국 톈진(天津) 휴대폰 공장을 결국 폐쇄한다. 회사 측은 12일 톈진 휴대폰 공장 가동을 이달 말 중단키로 했다며 이같은 방침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이번 결정은 중국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서다.

실제로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삼성의 올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겨우 0.7%였다. 판매량은 70만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상위권은 비보(19.9%), 오포(19.7%), 화웨이(14.5%), 아너(12.2%), 샤오미(12%) 등 중국 업체들이 싹쓸이했다. 외산 업체는 애플(7.7%)이 그나마 체면 치레를 했다.

중국 토종 업체들의 진격은 2015년 본격화됐다. ‘짝퉁 아이폰’을 찍어내던 샤오미는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후 무명에 가까웠던 오포와 비보는 자국민의 니즈를 제대로 집어내며 2016년 내수 시장 최강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을 구사하며 삼성 뿐 아니라 애플의 점유율까지 흡수했다. 오포와 비보는 중소 도시에 있는 20만개의 휴대폰 대리점들에 보조금을 주며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중국의 대다수 소비자들이 처음 접해 보는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고 구입하는 성향을 간파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철저히 자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내놨다. 우선 '좀 더 낮은 가격과 좀 더 높은 기능'에 집중했다. 이들은 삼성폰과 견줄만한 하드웨어 성능에 가격은 절반인 제품들을 쏟아냈다. 이 제품들은 삼성폰과 같은 안드로이드 OS를 쓰고 램이나 AP 등 하드웨어 성능도 별차이가 없었다. 또 최근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에 디자인과 완성도까지 갖추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자국민들에게 굳이 100만원이 넘는 삼성폰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제시한 셈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아무리 가성비를 중시한다 해도 프리미엄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마저 애플이 가져갔다. 애플은 5~7% 수준의 점유율을 꾸준히 기록중이다. 브랜드 만족도가 높은 충성고객이 있다는 얘기다. 애플 충성고객들은 좀처럼 중국폰으로 갈아타지 않는다. 애플의 독자적인 iOS와 연계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은 앱스토어,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디바이스로 인식됐다. 반면 삼성폰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제품 중 하나로 충성고객을 양산하기 위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같은 시기 삼성에겐 믿기 어려운, 만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불과 5년만에 20%대에서 0%대로 꼬꾸라진 것이다. 2013년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를 기록했지만 2014년 13.8%, 2015년 7.6%, 2016년 4.9%, 2017년 2.1%, 2018년 3분기 0.7%로 계속 추락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1위 사업자가 점유율 카테고리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순간이었다. 중국업체들의 득세와 더불어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와 2017년 사드 후폭풍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도 삼성폰의 추락을 부채질했다.

중국 정부와 구글의 충돌도 삼성을 힘들게 했다. 2010년 중국 정부는 구글 검색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를 걸러줄 것을 요구했고 구글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구글 서비스를 중단시켰고 결국 구글은 중국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접었다. 2014년 중국 정부가 구글 플레이스토어까지 차단하면서 삼성폰은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 출시된 삼성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다. 이미 설치된 어플들은 업데이트도 불가능했다. 별도로 APK 파일을 설치하거나 VPN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중성이 결여된 제품으로 낙인찍힌 건 삼성으로서 뼈아팠다.

삼성도 갤럭시앱스 등을 통해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삼성은 불법으로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는 중국 업체들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합법적 운영을 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최근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미 의회에 출석해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맞춘 검색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선 삼성폰이 중국 시장에서 구조적 난관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모델은 애플에게 밀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중국 로컬폰에 치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버릴 수 없는, 확대해야만 하는 시장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등진 채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긴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의 중국 시장 확대 의지는 확고하다. 권계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은 최근 '갤럭시A8s' 공개행사에서 "삼성과 중국 제조사들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삼성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에서 제품을 선공개한 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과 필요하다면 중저가 제품에 최신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다. 갤럭시A8s가 시작점이다.

중국에서 21일 출시되는 갤럭시A8s은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인피니티O는 애플의 아이폰X(텐)에 적용된 '노치'보다 한 단계 앞선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갤럭시A8s는 6GB 램에 128GB 저장 용량, 3400mAh 배터리 용량 등의 고사양을 갖췄다. 공개 이후 중국 내 평가가 나쁘지 않다. 중국 시장 반전 카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선 삼성 폰을 두고 '다이빙 왕자'라는 말이 나돈다. 고귀한 브랜드의 점유율이 수직낙하하는 상황을 비꼬는 의미다. 이제 삼성폰은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추락하는 삼성에 날개가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할 때다. 아무리 중국 땅이라해도 명실상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가 다이빙만할 순 없지 않나.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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