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 유전자검사 허용범위 121개→약 50개 축소 추진...업계 강력 반발

입력 2018-12-13 17:35   수정 2018-12-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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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 확정해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 예정
업계 “52개는 의미 없다” 반발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 인증제 도입을 권고키로 결의한 가운데 DTC 항목 확대 범위가 당초 안보다 대폭 축소될 조짐이어서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당초 DTC 허용 항목을 121개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이를 약 50개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산업계에서는 “항목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DTC 검사기관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 받았다.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한 정선용 아주대 의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DTC 허용 범위를 121개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업계 의료계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DTC는 소비자가 병원을 거치지 않고 민간 검사기관에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직접 의뢰하는 서비스다. 현재 탈모, 피부 등 미용과 관계 깊은 12가지 웰니스(건강 상태) 항목만 허용돼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전날 DTC 범위만 확대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검사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인증제 도입을 권고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내년 1월께 시작해 상반기 안에 끝낼 예정이다. 시범사업에서 DTC 추가 허용 항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부작용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허용 범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사와 학계 인사로 구성된 DTC항목확대자문회의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권고한 허용항목이 너무 많다며 약 50개로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 121개 항목 가운데 비타민B의 대사 유전자에 대한 검사가 제외됐다”며 “한 위원이 ‘비타민B를 과다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를 내세워 이를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DTC 범위 확대를 주장해온 산업계 모임인 유전체기업협의회에 수일 내로 의견을 한 차례 더 물을 예정이다. 그 뒤 DTC항목확대자문회의를 다시 열어 안건을 확정짓게 된다. 확대 범위는 50~121개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나온 결과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산하 유전자전문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유전자전문위는 상정된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는 “허용 범위를 약 50개로 소폭 늘려서는 규제 완화의 의미가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반응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TC 기업은 정책의 이해당사자라며 DTC항목확대자문회의 구성에서 제외됐는데 같은 이해당사자인 의사는 포함돼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며 “개원가에서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는데 그 시장에 민간기업이 뛰어드는 걸 의사들이 좋아할 리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전문가도 아닌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랜 논의 끝에 겨우 DTC 항목 확대를 안건으로 이끌어냈는데 이 정도로 끝나면 희망이 없다”며 “한국 DTC 산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외국에 주도권을 뺏기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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