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엔 택시·요금 인하'…해외 택시업계는 자발적 '체질 개선'

입력 2018-12-14 07:46  


갈등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가 국내에서만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선 택시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인 차량을 이용한 카풀 서비스가 금지됐다. 카카오택시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한 택시 배차 서비스만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직접 이 시장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2016년부터 정부와 택시업계가 승차공유문제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가지의 서비스 개선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가 단거리 구간 요금 인하다. 기본요금을 2km 730엔에서 1.052km 410엔으로 바꾼 것이다. 가산운임 또한 280m당 90엔에서 237m당 80엔으로 낮췄다. 1.7km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고객의 요금은 낮아진 셈이다. 이는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갖춰진 일본의 특성상 단거리 손님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 결과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온 이후 대형 택시업체 4곳의 단거리 승차 고객은 6개월 동안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업계가 자체적으로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일본 최대 택시사업자인 일본교통은 ‘전국택시’라는 앱을 운영 중이다. 택시 10대 가운데 3대 골로 사용하는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요금을 낼 수도 있고 신용카드나 구글페이 등 여러 가지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올해 7월부터는 일본교통뿐 아니라 도쿄무센의 차량도 호출할 수 있도록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손님 입장에선 이용 가능한 택시 수가 배로 늘어난 셈이다. 소니의 경우 택시업체 5곳과 합작해 민나노택시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택시를 배차하는 서비스다.

‘0엔 택시’도 등장했다. 택시 전체를 광고판으로 만드는 대신 승객들은 무료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임·전자상거래 기업인 DeNA는 최근 택시배차 서비스 MOV를 내놓으면서 택시 지붕과 표시등, 시트까지 차량 전체를 돈베이라면 콘셉트로 꾸미는 대신 요금을 0엔으로 책정했다. 한시적 마케팅이지만 택시업계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DeNA는 앞으로도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해 0엔 택시 등 다양한 택시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음식점 예약 시간에 맞춰 고객의 집 앞으로 택시를 배차하거나, 통근·통학 시간에 맞춰 배차하는 등의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기존엔 택시를 이용하지 않던 계층이 택시를 이용하도록 만들면 택시 사업자들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합승택시 서비스도 나올 전망이다. 상용화를 위한 실험이 한창이다. 앱을 통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이용자들이 택시에 합승하는 서비스다. 최적의 이동 경로는 AI가 찾아준다. 요금 또한 거리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분배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일본 택시시장에 깔려있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카풀 등 공유경제가 활성화 되기 전에 택시업계 스스로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베트남 또한 일본을 모델로 대형 택시업체들이 뭉쳐 브랜드 서비스를 내놨다. 동남아시아권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보다 낮은 요금을 책정하면서 신차 구매와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에게 중요한 건 이동 수단이 택시인지 승차공유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과 편의성이라는 데 주목한 결과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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