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는 왜 사리면 팔면서 스프는 안팔까?"
"스프만 따로 팔면 수지 타산이 맞겠어?"
"어느 미친 기업이 그렇게 장사를 해?"
"오뚜기에서 스프만 파는데요?"
"진짜?"
"건더기 스프도 팔아요"
"뭐?"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실제 검색해 본 후 깜짝 놀랐다.
실제로 스프를 따로 팔고 있었다.
라면 스프는 약 2500원, 건더기는 약 62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
A씨는 "처음에 라면 사리만 팔 때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조리용 스프와 건더기 스프까지 팔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면서 "이런 사실을 라면덕후인 제가 몰랐다는게 놀랍다"라고 이같은 제품들을 소개했다.
라면업계에서 오뚜기의 남다른 행보는 번번이 화제가 된다.
지난 9월 출시한 ‘오뚜기 쇠고기미역국라면’은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개가 팔려 나갔다.
'미역국이 어떻게 라면이 되느냐'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발상의 전환은 주부 연구원들의 수많은 시식 끝에 탄생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오뚜기는 미담 자판기 '갓뚜기'로 불리는 이유는 혁신적 제품 개발 외에 남다른 기업 문화도 한 몫 했다.
오뚜기는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오뚜기의 2017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 직원 3천99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6명뿐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의 1.16%로, 정규직 비율이 98.4%에 달한다. ‘정규직 채용 의무화’는 함 명예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경영 철학 가운데 하나다. 함 명예회장은 1천8백 명에 이르는 대형 마트 시식 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라고 경영진에게 누누이 당부했다고 한다. 함 명예회장의 뜻을 받들어 오뚜기는 마트 시식 사원을 항상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게다가 걸핏하면 비용부담으로 인한 가격인상을 발표하는 라면시장에서 오뚜기 라면은 10년째 같은 가격이다. 2008년 라면 값을 100원 올린 후 동결한 것.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맛과 질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려 2013년 삼양을 제치고 라면 시장의 2위 업체로 올라섰다. 2008년 당시 15.6%이던 오뚜기 라면의 시장점유율은 해마다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25.2%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오뚜기가 실천해온 많은 선행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석봉토스트에 관한 미담이다. 오뚜기는 김석봉 석봉토스트 대표가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노숙자들에게 하루 1백 개의 토스트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10년간 무상으로 소스를 지원했다고 한다. 이 미담은 김 대표의 자서전 〈석봉 토스트, 연봉 1억 신화〉에 소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오뚜기와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스프 따로 건더기 따로는 처음 알았다"면서 "나만 몰랐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네티즌들은 "나도 처음 알았다", "면을 파는 건 알았지만 건더기까지?", "떡볶이, 김치찌개 끓일 때 한 숟가락씩 넣으면 요리사 된다", "군대나 학교, 기숙사 용으로 나온 건데 일반 집에서 쓰면 몇 번 쓰다가 굳어져 못 쓴다", "난 알고 있었다. 자주 이용한다". "식자재 매장 가면 모든 회사라면 스프만 따로 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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