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유가증권시장의 장마감이 끝나기 무섭게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참여연대와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인데요. 같은 시각 삼성바이오에피스 수원본사, 삼성물산, 4곳의 회계법인에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단행했습니다. ‘역대급 인력’이 투입됐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압수수색은 14일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압수수색 타이밍이 참으로 공교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에 그나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찬물을 끼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렸나을 당시가 첫번째 사례입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한동훈 3차장 검사는 이 부회장의 석방 결정 이후 상당한 분노를 표했다고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귀띔한 적이 있습니다. 석방 3일째 되는 8일 검찰은 삼성전자 수원본사와 서초사옥, 우면 R&D 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7월 9일 삼성전자가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 직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준공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이 부회장도 한 자리에 있었기에 삼성과 현 정부의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전은 다음날이었습니다. 노동조합 와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 수원본사와 서초사옥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2차장과 3차장이 삼성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가 삼바에 대한 상장 유지 결정을 하고 11일 거래가 재게된 바로 다음날인 12일부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자 ‘우연’은 ‘공식’처럼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압수수색의 생명은 ‘예측불가’입니다. 우연이라는 반론이지요. 하지만 우연일지라도 3번이나 반복되다보니 삼성 내부에서조차 ‘삼성 길들이기’냐는 불만의 소리가 새어나온다는 점입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일이 풀릴만 하면 검찰과 경찰 등 사정 기관들이 압수수색을 들어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 검찰 또는 경찰이 삼성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횟수만 19차례에 달합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 타이밍을 보면 중앙지검 자체의 판단인지, 아니면 정권의 의중인지 헷갈린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에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재계의 눈길이 검찰로 향하는 게 이상한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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