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초연금 30만→40만원案 유력
'더 내고 더 받는' 3案과 4案도
기금 고갈 5~6년밖에 못 늦춰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세금을 더 들여 기초연금만 올리는 방안을 개편안에 포함시켰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2057년)을 늦추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개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실상 ‘연금개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네 가지 방식의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및 보험료율’ 조합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개편 초안을 보고받고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복지부는 현행 소득대체율(2018년 45%→2028년 40% 예정)과 보험료율(9%)을 그대로 두는 방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2안은 현 제도를 그대로 두되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2018년 25만원→2021년 30만원 예정)을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다. 3안과 4안은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 13%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1, 2안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조차 국민 눈높이를 들어 인상 불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이날 “설문 결과 국민의 47%가 현 제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1, 2안은 지난달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편 초안에 없던 것으로 이번에 추가됐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누가 보험료 인상안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며 “연금개혁은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상안(3, 4안)도 소득대체율 상향이 전제돼 있어 기금 고갈을 막을 순 없다는 분석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은 아예 빠졌다”며 “2057년 기금 고갈 뒤의 얘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개편안을 국무회의 의결 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이후 국회 입법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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