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열광한 '박항서 매직'…"저를 아끼듯 한국도 사랑해달라"

입력 2018-12-16 17:54   수정 2019-03-16 00:01

베트남 축구, 스즈키컵 10년 만에 정상

결승 2차전 말레이시아 격파
'동남아시아 월드컵' 우승 선물

선수들 똘똘 묶은 '파파리더십'…"호찌민과 맞먹는 국민영웅"
문재인 대통령, 박항서 감독에 축하 메시지

모델로 쓴 신한銀·삼성전자 등 현지 진출 기업도 '박항서 효과'



[ 조희찬/박재원 기자 ]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전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교민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10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

수비와 역습을 강조한 3-4-3 전술을 내세운 베트남은 전반 6분 만에 말레이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응우옌꽝하이의 크로스를 ‘맏형’ 응우옌안둑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결정지었다. 이후 말레이시아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베트남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막으며 1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1차전에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3-2로 스즈키컵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 10월부터 베트남축구협회와 계약한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3개월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첫 준우승을 이끌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안게임 첫 4강 진출에 이어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컵까지 베트남에 선물하며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박 감독 리더십 아래 베트남팀은 16경기 연속 A매치 무패(9승 7무)를 달렸다. 16경기 무패는 현재 A매치 무패 행진을 펼치고 있는 국가 중 가장 긴 기록이다.

박항서, 최고의 스포츠 외교관으로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인기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베트남에 있는 일부 축구팬은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박 감독이 베트남 국민 영웅인 정치인 호찌민과 동급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 곳곳에는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한국의 국기인 대형 태극기가 펄럭였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사 인사를 듣는다.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귀빈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뒤 그라운드에 내려와 박 감독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포옹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여 관중은 전원 기립한 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하며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쳤다. 경기장을 찾은 박용식 레드앤젤 응원단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 물결로 채웠던 광화문광장을 연상시킬 정도”라며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팬들로부터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과 코치, 그리고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과 우승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나를 사랑해주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국민이 박 감독에게 열광하는 건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평소 행동과 선수들에게 아버지처럼 다가가는 박 감독의 이른바 ‘파파 리더십’은 베트남 국민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있다. 박 감독이 부상한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선수의 발 마사지를 직접 해준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박항서 모델 계약으로 ‘대박 난’ 신한銀

신한은행은 ‘박항서 효과’를 가장 크게 경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박 감독의 심상치 않은 인기를 감지하고 올해 2월 홍보모델(사진) 계약을 맺었다. 한국프로축구 K리그에서 활약했으며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 우승에 공헌한 쯔엉도 신한은행의 모델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베트남은행 이용자는 박 감독이 부임한 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00만 명이던 베트남 현지 은행 이용자는 박 감독 부임 이후 12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이용자도 12만4000명에서 18만 명으로 늘어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전 지점 외벽이 박 감독 사진으로 도배됐다. 거리응원 현장에 응원도구를 배포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며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을 모델로 쓰는 삼성전자도 환하게 웃고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후 TV와 휴대폰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박 감독 효과를 등에 업고 현재 위치를 더 굳건히 할 전망이다. 박카스를 수출하는 동아제약도 박 감독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 더 가까운 친구 돼”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박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크게 축하한다”며 “어제 결승전에서 베트남 관중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 가까운 친구가 됐음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희찬/박재원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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