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 시장에 맡겨야

입력 2018-12-17 18:20   수정 2019-04-30 11:12

"내년 1월부터 항공 마일리지 소멸
국토부 개선안은 과도한 시장개입
미국처럼 항공사가 조정토록 해야"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



‘군만두’를 영어로 하면 무얼까. ‘서비스’가 답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찾는 손님이 많은 음식점에서 탕수육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군만두 한 접시가 공짜로 나오기 때문이다. 대학가 식당골목의 치열한 경쟁을 빗댄 난센스 퀴즈다.

인센티브는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고 단골의 이탈을 막는 마케팅 수단이고 미끼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일수록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는 높다. 손님은 탕수육의 원가를 따지지 않는다. 상품가치에 대한 기대와 경험이 맞아 떨어지면 그만이다. 고객 만족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균형점을 찾는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이고 기업의 생존요건이다.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항공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놓고 소비자는 불만이다.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의 순차적 소멸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고발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2008년 당시 우월적 지위에 있던 두 항공사가 약관을 개정해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이를 현금으로 바꿔주거나 면세점에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이익의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두 항공사에 최근 10년간의 자료를 요청했다. 불공정성 여부는 고객에게 약속한 인센티브의 이행과 약관 개정의 적법성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조건 없는 마일리지 좌석 5% 이상 배정, 운영 내역 공개와 취소수수료 금지 등 개선안으로 발 빠르게 소비자 보호에 나섰다. 영업마진 5%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항공업계에 영업지침까지 정해준 것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다.

항공사의 인센티브제도는 1972년 미 유나이티드항공이 회원고객에게 특전을 주면서 시작됐다. 1981년에는 아메리칸항공이 적립된 탑승실적에 따라 보상해주는 마일리지제도로 발전시켰고, 항공업계의 마케팅수단으로 확산됐다. 인센티브 경쟁은 이제 국내 저비용 항공사도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할 만큼 보편적이다.

세계적으로 정착된 이 제도가 지금 국내에서 고객의 불만요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사의 무모한 마케팅과 소비자의 높은 기대 탓이다. 항공사는 마일리지제도를 시작하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쉽게 생각했다. 이용객이 늘어 마일리지가 눈덩이처럼 쌓이자 뒤늦게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약관변경을 했다. 시민단체와 공정위의 검토와 조정도 거쳤지만 마일리지가 여전히 족쇄라는 걸 간과했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부채가 각각 2조원, 5000억원씩 쌓이는 동안 고객 불만도 함께 쌓였다. 그동안 고객에게 이용조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마일리지를 원만히 운영하는 대부분 외국 항공사들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을 넘지 않는다. 이 제도의 원조인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유효기간은 지금 18개월이다. 유효기간의 부담을 고려해 필요할 때마다 고객의 기대치를 조정해 온 결과다. 델타항공은 1년마다 소멸되는 마일리지 방식을 운영하면서 고객 불만이 늘자 2015년부터는 유효기간을 없앴다. 경영에 부담이 되면 이 회사는 또 약관을 변경할 것이다. 세계 항공업계 1, 2, 3위인 이들 항공사가 운영여건에 따라 인센티브를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마케팅 환경과 그들의 서비스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마일리지 논쟁은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 간 이해로 해결돼야 한다. 외국 항공사에는 없는 가족의 마일리지 공유제도와 매년 세계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적항공사들의 서비스품질에 대한 이해가 더해진다면, 이번의 서비스 실패는 고객충성도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항공업계를 벗어나 보면, 고객의 기대와 경험의 균형은 늘 시장에서 만들어진다. 여행객이 붐비는 인천공항에서는 탕수육을 시켜도 군만두가 없다. 손님에겐 기대감도 불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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