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주목받는 루키 PEF] ④ 삼성전자 사장, PEF로 인생 2막..BNW인베스트먼트

입력 2018-12-18 09:00   수정 2018-12-18 09:48

삼성 반도체 첫 '공장출신 사장 김재욱 대표..코미코·에코프로비엠 투자로 대박
'삼성에서 배운걸 환원화겠다' 진대제 대표에 조언구했더니 "그 어려운 걸 뭣하러"
40년 반도체 경력 바탕으로 'SI 장점 결합한 FI' 경쟁력으로 ICT·2차전지 집중
"中企 발굴해 글로벌 기업과 연결하면 단숨에 중견기업 도약..PEF 사명 다하겠다"



≪이 기사는 12월17일(17: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BNW인베스트먼트는 김재욱 삼성전자 전 사장이 세운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기흥사업장 부장, 기흥공장장을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과 기술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지낸 그는 반도체 경력만 40년이다. 석박사 학력으로 연구소 제품개발 담당으로 입사해 제조라인 임원을 거치는게 소위 ‘사장이 되는 코스’였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김 사장은 학사 출신으로 제조라인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낸 첫 ‘공장 출신’ 사장이었다.

BNW라는 사명은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가자(Brave New World)’라는 뜻. 2013년 설립한 BNW가 ‘루키 PEF’로 새삼 주목 받는 건 지난해부터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을 맞아 잇따라 수익률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가면서다. 2013년 BNW의 첫 투자회사인 반도체 장비 세정업체 코미코는 지난해 투자금을 회수해 22.7%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렸다. 주식시장 상장(IPO)을 앞둔 2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2017년 투자)은 상장이 완료되면 87%라는 경이적인 내부수익률(IRR)을 올릴 전망이다. 덕분에 BNW도 설립 5년 만에 2672억원의 누적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중견 PEF 반열에 올랐다.

PEF가 뭔지도 몰랐던 김 사장이 PEF를 차린 계기는 중소기업 사장들과의 교류였다. 17일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김 사장은 “삼성에서 배운 걸 사회에 갚을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업계 1등으로 만들면 고용과 성장 등 다방면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을 그만두면 3년간 상담역이라는 은퇴설계 기간이 주어진다. 이 때 만난 중소기업 사장들은 고민은 한결같았다.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성장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트랜드를 읽고 선택할 것과 집중할 것을 가려내는데 인생을 바친 김 사장이 자신있는 분야였다. PEF는 김 사장이 평생 익힌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접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소개한 건 투자업계 지인들이었다. 요즘 예순은 젊은 사람 대접을 받는 점도 인생 2막을 펼치는데 자신감을 줬다. 그렇게 생각하니 1분1초가 아까워져 1년 남은 상담역 자리를 먼저 반납했다.

삼성전자 1년 선배이자 PEF 창업 선배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찾았더니 처음엔 “그 어려운 걸 뭣하러 해”라며 만류하더라고. 김 대표도 “PEF 설립을 염두에 두는 대기업 CEO라면 자기희생이 많이 따르고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PEF가 겪는 인력난과 투자대상 물색은 남들보다 쉽게 해결한 편.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가가 정보통신기술(ICT) 및 2차전지 경력만 36년인 장동식 전 삼성SDI연구소장(현 BNW인베스트먼트 부사장)과 PEF를 차린다니 투자은행(IB), 컨설팅회사, 회계법인에서 10년 안팎의 경력을 쌓은 인재들이 속속 합류했다. 첫 투자대상인 코미코도 김 사장을 잘 알던 이 회사 대표가 먼저 찾아와 투자를 요청해서 성사됐다. 재무전문가 일색인 PEF 업계에서 30~40년간 현장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김 사장의 경험은 BNW의 최대 경쟁력이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M&A부 출신인 윤준희 BNW 상무는 “전략적투자자(SI)의 장점을 결합한 재무적투자자(FI)가 BNW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재무전문가들은 과거 실적을 토대로 미래 기업가치를 가늠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산업의 트랜드와 가치사슬 변화를 놓치지 쉽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회사를 ‘너무 비싸다’며 반대하거나 2~3년내 반토막날 게 뻔히 보이는 회사를 ‘실적 추이가 좋다’며 투자하는 오류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게 다르게 변하는 트랜드와 가치사슬 변화를 BNW는 연구소, 대학, 중소기업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한 ‘삼성 네트워크’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BNW를 세우면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 외에 ‘5년내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사업은 하지 않는다. 유행을 쫓지 않고 잘 아는 산업만 한다. 투자금 회수(엑시트) 이후에도 잘 나가는 회사가 되게 한다’ 등을 투자원칙으로 정했다. 높은 수익률은 투자원칙을 그동안 잘 지킨 결과일 뿐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그는 “트랜드 변화가 지나치게 빠른 휴대전화 부품사업이나 바이오 부문은 일체 손 대지 않고 ITC와 2차전지 같이 전문 분야만 집중했기 때문에 크게 실패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금 회수 극대화가 목표인 PEF의 운영목표로 ‘사회공헌’을 전면에 내새운 것도 BNW의 철학을 보여준다. 김 사장은 “자식들이 모두 출가해서 돈 나갈 걱정도 없다”며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면 뭐가 아쉬워서 돈 몇 푼 벌자고 이 일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난다긴다하는 운용사들도 투자할 만한 중소기업이 없다며 울상을 짓는다. 김 사장은 “당장은 잘 되지만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기업, 겨우 연명만 하는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한데 묶으니까 나오는 푸념”이라며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에서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약간의 기술력 차이 때문에 독일 등 해외 기업에 밀리는 반도체 도금 분야를 예로 들며 조금만 더 키우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믿고 쓸 수 있는 한국 도금업체가 많다고 했다. 김 사장은 “매출 100억원짜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고객으로 맞으면 단번에 중견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그런 회사를 발굴해서 대기업에 연결하는 일이 PEF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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