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들, 직접 만족도 높이자"
아파트 분양 시장이 실수요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조건들도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아파트와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는 입주민들이 유치해야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공실이 길어지거나 제대로 운영이 안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어린이집과 도서관이다. 어린자녀들이 있다보면 사용빈도가 높아질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건설사들이 책과 관련 시설들은 들여놓지만, 도서를 관리하거나 신규 문고를 구입하는 건 쉽지 않다. 어린이집도 아파트 입주시 모집공고를 내는데 그친다. 그렇다보니 꾸준하게 관리되기 어렵고, 입주민들 또한 단지 내 어린이집 보다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는 게 보통이었다. 사립으로 잘 운영되는 어린이집도 물론 많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다음으로 인수할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린이집 시설이 유휴시설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단지가 노후화되다보면 원아모집이 어려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도 있다.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관리가 안돼 아쉬운 경우들이 많았다.
이러한 대안으로 떠오른 게 단지 내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전국의 500가구 이상 아파트 관리동에는 총 5800여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이 중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은 727개로 12.5% 정도였다. 그만큼 확대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시설들을 활용한 방법을 찾아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어린이집을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안을 제출했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건설사들은 어린이집이나 도서관 활용방안을 지방자치단체들과 추진했던 터였다.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는 회사는 GS건설이다.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많다보니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몇년전부터 적극적으로 유치해오고 있다. 오는 24일 특별공급과 26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일산자이 3차'로 이러한 경우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1333가구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를 확정했다. 향후 아파트 계약자들의 동의서를 수령한 후에 업무가 진행될 예정이다. 어린이집이 들어서게 되면, 모집 인원의 70%를 입주민 자녀에게 우선 배정하게 된다.
GS건설은 지난 11월초 경기 의정부시 '탑석센트럴자이' 또한 단지내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유치키로 했다.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경기 고양시 장항동의 ‘킨텍스 원시티’도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 협의가 진행됐다. 현재 입주민 97%가 유치에 동의해 입주 시점에 맞춰 조성될 예정이다.
다른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도 경기 고양시와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삼송 원흥역 센트럴 푸르지오’에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유치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은 20년간 무상임대로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고양시가 임대기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개 운영하는 방식이다.
단지 내 도서관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KCC건설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와이드너 도서관을 테마로 교육 특화 도서관인 스위첸 라이브러리를 ‘전주 에코시티 KCC스위첸’에 건립한다. 단지 내에 도서관을 독립된 건물로 짓고, 활성화를 위해 교보문고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CC건설은 약 1만여 권(법정수량 1000권)의 도서를 공급하고 도서에 바코드 라벨 부착과 대여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입주 후 교보문고 전문가들의 도서관 운영자문, 입주민을 위한 특별 문화 행사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도서관을 완공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대림산업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내에 마련된 ‘남사도서관’이다. 대림산업이 건립한 용인시의 17번째 공공도서관으로 지난 9월에 개관했다. 남사도서관은 연면적 3382㎡,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1~2층이 연결된 개방형 공간구조의 종합자료실을 비롯해 어린이자료실, 세미나실, 다목적실, 노트북·PC존, 휴게실 등이 있다. 장서는 일반도서, 아동도서, 비도서 등 총 3만여 권에 달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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