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한반도는 지금) 비핵화 프로세스, 북(北)이 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입력 2018-12-18 16:36   수정 2018-12-18 16:36



(박동휘 정치부 기자) 이달 2일 G20(주요 20개국) 계기로 열린 6차 한미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문이 남는 만남이었다. 그 중에서도 ‘김정은 답방’이 왜 회담의 핵심 의제였는 지는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의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미국의 재가를 받아야 성사되는 것이었냐’는 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시각에 비춰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상당히 생뚱맞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민주평화연구원 주최 한반도 정세토론회에서 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미국에 허락받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30년 가까이 북한을 연구해 온 국내 대표 학자이자,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설계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2월 베를린 선언에 이어 4월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19일 ‘평양 선언’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놀라게 할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해왔다. 핵심 기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분단의 경계를 넘었고, 전세계에 자신을 알렸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사상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1차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도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에 힘입었다는 게 정설이다. 평화의 진전으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선순환 해법은 문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랬기에 6차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발표는 북한과 김정은에게 의문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전문가들은 없어 보이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굳이 ‘김정은 답방’을 의제로 삼아야했을까하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9·19 평양선언’을 통해 김정은이 약속한 풍계리, 영변에 대한 국제사찰을 의제로 삼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8년 숨가쁘게 진행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의 특징 중 하나는 비핵화 이슈를 남북정상 간 회담 의제로 넣었다는 점이다. 미·북 협상으로만 다뤄지던 북핵이슈를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일 수 있는 한국과 논의한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또 하나의 효과를 노렸을텐데,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비핵화 조기조치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려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관영매체를 통하는 것보다는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대 폐기를 비롯해 북한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국제사찰 수용 의사까지 밝힌 바 있다. 특히 ‘9·19 평양선언’ 직후 문 대통령의 귀국 기자간담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영변핵시설 국제사찰을 김정은 위원장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리스트 제출의 전 단계로서 국제사찰은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카드로 꼽힌다.

시점상으로도 문 대통령은 6차 한미정상회담에서 국제사찰 이행 이슈를 핵심 의제로 삼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북은 9월 평양 선언 이후 실무급, 고위급 접촉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제네바에서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만남이 예상됐으나 무산됐다. 지난 11월 초엔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김영철의 일방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다. 북한은 자신들이 내놓은 초기 조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묵살하자 나름의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북한 시각에서 보자면 지금껏 총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실행을 위한 조기 조치들을 발표했지만 어느 것 하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북한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것도 미국 대통령의 허락을 받는 모양새를 하고서 말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청와대 내에 북한을 제대로 읽은 전문가가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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