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우민호 감독이 배우 송강호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18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우민호 감독은 "송강호 선배가 촬영 내내 참 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왕’은 1970년대 하급밀수업자이던 이두삼(송강호 분)이 필로폰을 제조, 일본에 수출해 마약업계 거물이 됐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약물과 폭력 묘사 수위는 높은 편이지만, 한 인간의 흥망성쇠와 폭넓은 감정 진폭을 볼 수 있다. 특히 모노드라마 처럼 전개되는 종반부 송강호 마약 신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마치 실제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놀라운 광기를 보였다.
우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지만, 죄송하게도 송강호 선배를 도와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제가 마약을 해 본 것도 아니고 알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적으로 선배가 하셔야 하는 거다. 별다른 디렉션을 안 했다. 현장에서 이겨내셨더라"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우 감독은 "자료 조사를 많이 했지만 사실 체화되지 않았다. 술을 먹더라도, 반응이 다 다른데 마약도 다 다르다. 그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단순히 '이 약을 먹고 '뿅' 간다' 이런게 아니다. 우리의 마약왕은 그런 표현이 아니고, 이두삼의 인생의 흔적들이 나와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편집본을 본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제가 첫 관객 아니냐. 보자마자 소름끼쳤다. 대사도 내가 쓴건데 송강호 선배가 이걸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소름이 쫙 돋는거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약왕'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 '나르코스' 등 타국의 마약 소재 이야기와는 결을 달리 한다. 우 감독은 "외국의 마약왕들은 향락에 빠지고 어마어마하게 돈을 뿌리며 살다가 파멸해 가는데, 우리 마약왕은 힘들다. 밖에선 떵떵 거리다가도 집에 와선 와이프 한테 맞고 쫓겨난다. 거기다 여기 저기에 돈도 바쳐야 하고, 그게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느낌이지 않나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사를 그리는 영화는 나오기 힘들다. 다행히 좋은 기회가 왔고 송강호 선배가 선뜻 같이 하자고 해서 큰 힘이 됐다. 송강호가 있었기에 든든하고 과감하게 모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한국 마약사범들의 이야기를 이두삼 하나로 엮었다. 우민호 감독이 '증거'(?)로 보여 준 인물인 이황순도 소재가 됐다. 이황순은 1980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머물던 별장에서 수사진과 대치를 벌이고 사냥용 총을 쏘면서 4마리 맹견을 풀어 저항했다. 그는 실제로 히로뽕 중독자로 알려졌다. '마약왕' 속 이두삼의 설정과 100% 일치한다.
‘마약왕’은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캐릭터 향연을 펼친다. 총제작비는 165억원으로 400만명 이상 관람해야 제작비를 회수한다. 오는 1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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