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치고 강릉 펜션으로 추억여행을 떠났던 서울 대성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 중 3명이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아남은 학생 7명도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지난 17일 강릉을 찾았다. 긴 입시 터널을 지난 이들이 대입 결과가 나오기 전 스트레스도 풀고 바람도 쐴 겸 선택한 곳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이었다.
학교에는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보호자 동의까지 얻은 학생들은 전날 오후 3시 45분 펜션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2층짜리 펜션 건물 전체를 빌렸다. 이들이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였다. 학생들은 오후 7시 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이튿날인 18일 새벽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진술로 미뤄보아 수능 후 첫 여행이라는 달콤함에 밤을 새울 각오로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의 기쁨도 잠시, 학생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18일 오후 1시 12분께 업주 등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학생들을 생명을 집어삼킨 원인으로 '일산화탄소'(CO)가 지목됐다. 소방대원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 결과 펜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다.
학생들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가 참변을 당했을 확률이 높다. 아들의 참변 소식에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학부모 도안구(47)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기사를 보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부모들은 치료를 받고 깨어날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염려하며 온전히 의식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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