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죠. 18일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ACE랩)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선보인 자율주행차가 서울시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달렸습니다. LG유플러스의 5세대(5G) 통신망을 활용해 자율주행을 ‘실증’한 의의가 큽니다. 상용화 첫 걸음을 뗀 셈이지요.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집약체입니다. 통신망으로 교신하는 커넥티드카에 판단·제어를 맡는 인공지능(AI)을 얹었습니다. 이날 자율주행 관제는 장애물 회피, 경로 변경을 하며 운행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어요. “5G망을 타고 달렸다”는 표현이 단순 레토릭(수사)만은 아닌 이유죠.
자율주행차와 5G 기술의 접목. 뭔가 좋긴 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감이 잡히나요?
진화중인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는 대략 4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을 5단계까지 규정하는데, 4단계는 통합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뜻해요. “차량간 또는 차량과 인프라간 통신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최적 경로로 주행”합니다. 별도 제어 없이 AI가 각종 상황을 실시간 분석해 직접 판단하고, 운전자는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만 개입하죠.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가 이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 생각해봅시다. 자율주행차가 앞차와의 간격, 도로 상황, 표지판 뿐 아니라 도로 위 차량 흐름을 파악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면요.
길이 막힐지, 뚫릴지 등을 예측하려면 전체 도로 차량들의 운행상황을 알아야겠죠. 이를 위해 통신망으로 실시간 교통관제 데이터를 받아 AI가 판단하는 시스템이 적용될 겁니다. 5G가 되면 당연히 통신 속도가 기존보다 훨씬 빨라질 거구요. 이로 인한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가령 갑작스런 사고로 앞서가는 차량들이 추돌하는 등 운행 흐름이 확 바뀌는 상황이라면 AI가 인식해 급제동해야 합니다. 인간의 뇌가 상황을 파악해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1초가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4G에서는 시속 100㎞의 자율주행차가 긴급제동 실행까지 1m 이상 더 가지만 5G에선 이 거리가 10㎝ 안쪽으로 줄어듭니다. 5G 환경의 데이터 통신속도가 10배 이상 빠르거든요. 통신을 주고받으며 실제 동작에 반영되는 ‘지연시간’ 역시 100분의 1초(4G)에서 1000분의 1초(5G) 내외로 크게 단축되는 덕분입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자율주행차의 갈 길은 아직 멉니다.
지난 2016년 자율주행기술 ‘오토파일럿’ 기능을 적용한 테슬라의 모델S가 대형 트럭을 옆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아 운전자가 즉사했죠. 그 큰 트럭을 왜 인지 못했을까요? 과학자들은 모델S 탑재 AI가 트럭의 흰색 옆면을 구름으로 오인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게 어려운 ‘모라벡의 역설’이 AI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겁니다. 5G와 AI가 결합한 자율주행차를 사람의 지각능력과 반응속도로 능가하진 못해도, 적어도 인간 운전자는 트럭을 하늘의 구름으로 착각해 돌진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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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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