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6일부터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고 있다. 임차인의 영업권 보장이 강화된 게 핵심 내용이다. 개정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10월16일 이후부터 신규로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갱신한 임차인은 최초 입주일로부터 10년이 안 됐다면 만기 때 임대인에게 계약을 갱신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둘째,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됐다. 임차인이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할 때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이 방해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셋째, 권리금의 범위가 전통시장까지 확대됐다. 넷째, 분쟁을 신속히 해결할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꾸리겠다는 내용이다.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여론이 형성되고 거기에 맞춰 법은 개정된다. 과거엔 계약 만기가 되면 나가라는 임대인의 요구에 많은 임차인이 눈물을 흘리며 쫓겨났다. 임대인이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임차인이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갑의 횡포’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2013년 8월에 임차인의 영업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계약갱신요구권 5년이 생겼다. 2016년 ‘우장창곱창집 사건’과 올해 ‘궁중족발 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계약갱신요구권 5년으로는 영업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이번에 10년으로 연장된 배경이다.
위 두 사건의 핵심은 돈이다. 임차인은 나갈 때 투자한 돈을 받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시장 특성상 권리금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은 상권이 뜨는 지역이라도 권리금을 주고 들어갈 임차인이 별로 없다. 그래서 권리금 회수기간을 6개월로 늘려도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돈을 줄 사람은 없는데 받을 사람은 있다’는 결론이 남는 이유다.
대부분의 임대차 관련 분쟁은 기존 임차인과 새 임대인 사이에 벌어진다. 새 임대인은 매입한 낡은 건물을 손보고 싶어 하고 기존 임차인은 시간을 끌면서 명도비를 받으려고 한다. 최근 4~5년간 꼬마빌딩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런 분쟁이 더 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계속 좋을까?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자도 매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은 가뜩이나 얼어붙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또 다른 냉매제로 작용할 것 같다.
오동협 < 원빌딩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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