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파서 불편했다. 자고 일어난 직후나 오랫동안 차를 타고 내려서 걸을 때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아픈 걸 보니 족저근막염인 듯했다. 병을 아는 의사는 오히려 불량한 환자가 되기 쉽다. 진통소염제를 먹으며 버티다가 더 아파져 전문의를 찾았다. 진단은 예상대로 족저근막염. 신체 균형과 보행 패턴 등을 검사해 보니 병의 원인이 기본적으로 걸음걸이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란다.
대략 한 살 때부터 걸었으니 60년 가까운 세월을 걸었는데 이제 와서 걸음걸이가 잘못됐다니. 여러 처방 중 올바른 걸음걸이를 배우는 것이 포함됐다. 필자를 담당한 운동치료사의 말로는 제대로 걷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그는 내게 평소처럼 걸어보라고 하더니 “고개를 들어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배에 힘을 주고, 손을 주머니에 넣지 말고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엄지발가락을 디디는 것을 느껴가면서 걸어라”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그동안 이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항상 바쁘게만 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생긴 나쁜 보행 습관이 쌓여 드디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탈출증, 무릎관절염, 골반관절과 발관절 질환 등이 잘 걸리는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면 관절에 부담이 더해져 그동안 잠복해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구에 의하면 50대와 60대에는 근력이 15%씩 감소하고 그 이후에는 더 빠르게 줄어 80세가 되면 근육량이 대략 50% 이상 줄어드는 심각한 근감소증이 발생한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활동 자체가 줄어들어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성이 증가한다. 근감소를 방지하고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력운동이 필수적이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소위 ‘코어 근육’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 적절한 운동으로 자주 땀을 빼는 것은 치매도 예방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주 3일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2일 이상의 근력 운동을 추천한다. 근력 운동과 함께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겪는 노인성 근감소증을 예방·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세상은 항상 배울 게 많다고 했는데 필자는 이제 걸음마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 올바른 걸음걸이가 그동안 뒤틀렸던 관절과 근육들을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생이란 긴 순례의 길에서 몸과 마음이 올바른 자세로 걷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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