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 끝에 미국 의회가 21일(현지시간) 기한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해 22일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 사태를 맞이했다.
셧다운은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일반적인 공무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을 말한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앞서 1월 20∼22일 사흘, 2월 9일 반나절 동안 이어진 후 예산안 통과로 해소됐다. ABC 방송에 따르면 1976년 이후 이번이 역대 20번째 사례다.
셧다운으로 22일 0시부터 미국 연방정부와 소속 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중단됐다. 다만 국가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건 아니다.
15개 정부 부처 중 국토안보부와 교통부, 내무부, 농무부, 국무부, 법무부 등 9개 부처와 10여개 기관, 국립공원 등이 영향을 받는다.
이는 9월 말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에 대해서는 1년 치 예산을 반영하는 등 연방정부 예산의 75%가량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나머지 25%다. 이에 따라 관련 연방 기관은 문을 닫거나 업무 상당 부분이 중단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체 약 21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80만명가량이 영향을 받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공공 안전에 직결되는 공무는 가동된다. 담당 공무원은 필수 근로자로 간주돼 투입된다. 국방·치안과 국경 순찰, 출입국관리, 해안 경비,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철도, 전기, 수도 등 약 42만명의 공무원이 이에 해당한다.
필수 공무가 아닌 공공 서비스는 중단돼 기업과 시민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해당 분야 공무원은 강제 무급휴가 조처로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일종의 '일시 해고' 상태가 된다.
정부가 관장하는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도 제공되며 독립된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우체국도 집배송 업무를 계속한다. 연방법원도 그간 징수한 수수료로 운영된다.
연방통신위원회, 중소기업청은 업무를 중단하며 국세청은 세금 징수와 조사 작업은 이어가지만, 세금 감면·환불 업무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내년 1월 4일로 예정된 12월 일자리 보고서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국립공원은 폐쇄되지만, 정부가 필수 서비스라고 판단할 경우 대상에서 빠진다.
워싱턴DC 박물관들은 셧다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동물원은 크리스마스에 문을 닫고 내년 1월 1일까지 개장한다.
22일과 23일은 주말 휴일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를 성탄절과 함께 연방 공휴일로 지정해 내주 수요일인 26일까지는 당장 셧다운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역대 셧다운 사례를 보면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었다. 장기화하면 시민의 불편이 커져 여론이 악화하게 된다. 통상 사흘을 넘기지 않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말에는 21일 동안 지속돼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급여가 끊긴 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의 소비가 위축되고,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을 비롯한 관광 서비스 업종도 타격을 받는다.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 셧다운의 여파는 일단 내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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