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보유한 부채가 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사(대부업체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부채가 올해 9월말 기준으로 500조2906억원을 기록했다. 다중채무자 부채가 올해 들어서만 18조8454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된 3분기에 들어서도 다중채무자 부채는 7조1466억원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부채는 일반 대출자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말과 올해 9월 말을 비교해보면 전체 대출보유자의 부채 규모가 1058조3757억원에서 1550조8493억원으로 46.5% 늘어나는 동안 다중채무자의 부채는 321조1112억원에서 500조2906억원으로 55.8% 증가했다.
다중채무자들이 갈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대출을 줄이지 못하고 이쪽 빚으로 다른 쪽 빚을 메우는 '돌려막기' 가능성을 의미한다.
9월 말 기준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103만6000명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다중채무자의 부도 전염 효과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시작으로 부실화한 이후 다른 금융권역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소득기반이 취약한 청년이나 노년 등 취약계층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 가운데 29세 이하는 30만868명, 60대 이상은 40만9433명이다. 이들을 합치면 전체 다중채무자의 16.8%가 청년과 노년층이다. 다중채무자 6명 중 1명꼴이다.
이들이 빚을 진 곳 중에 은행을 제외하면 20대는 저축은행(약 13만명)과 대부업(약 12만명)이 가장 많았고 60대는 카드사(약 26만명)와 상호금융(약 17만명)이 가장 많았다.
상호금융을 제외하고는 연 20%대 고금리 신용대출이 주류를 이루는 금융사다.
30∼50대 중장년층은 소득 흐름이 상대적으로 좋아 부채를 극복할 여력이 있지만 청년·노년층은 다중채무가 부채 돌려막기로 이어져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환능력이 낮은 7∼10등급 저신용자도 113만8664명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67.6%에 달했다. 버는 돈의 3분의 2를 부채를 갚는데 사용한다는 의미다.
담보가 없는 이들 취약계층은 고금리인 신용대출을 받은 비중도 일반 차주의 2배에 육박한다.
최운열 의원은 "시중금리가 오르면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득기반이 취약한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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