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소녀의 교감…'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변신

입력 2018-12-23 17:14  

새 영화 - '범블비' 25일 개봉


[ 유재혁 기자 ] 그는 낯선 소녀가 나타나자 웅크린 채 겁먹은 자세로 쳐다본다. 살벌한 싸움터에서는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맞잡아 감정을 나눈다. 감정이 고조된 소녀는 그와 포옹한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 캐릭터다.

25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범블비’(감독 트래비스 나이트)는 로봇과 소녀의 교감을 다룬 가족영화 같은 SF액션물이다. 대작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범블비가 지구로 온 경위와 모험을 담아냈다. 실사 거대 변신로봇 장르를 개척해 흥행몰이를 한 트랜스포머가 갈수록 인기를 잃으면서 회생 전략으로 제작됐다. 첫 편 이후 선보인 4편의 속편은 개연성이 부족한 에피소드와 반복되는 이야기로 점점 진부해졌다. 이번 회생 전략의 핵심은 전투 장면을 줄이고 감정을 나누는 스토리를 강화한 것이다.

영화는 디셉티콘과의 전쟁에서 위기에 몰린 오토봇이 지구에 도착한 뒤 기억을 잃고 낡은 비틀 승용차로 변신해 폐차장에 은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녀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 분)가 우연히 그를 발견해 수리하던 중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찰리는 그에게 범블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전쟁에서 목소리를 잃은 범블비는 라디오 주파수를 돌려가며 소녀와 대화를 나누고 가까워진다.

범블비는 인간과 닮은, 어린이 같은 로봇 캐릭터다. 외양도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변했다. 호기심 어린 눈길로 온갖 집기들을 살펴보다가 깨뜨려 난장판을 만든다. 얼굴 표정과 자세도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평화로울 때는 부드러운 표정과 푸른 눈빛이 강조되고, 위기가 닥쳤을 때는 빨간 눈빛과 날렵한 배틀 모드로 바뀐다.

이 영화에서 단 한 명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소녀 찰리가 아니라 범블비다. 범블비의 비중이 막중하다. 어린아이 같던 범블비는 기억을 찾으면서 전사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자동차 모드일 때도 대부분 구식 모델인 폭스바겐의 귀염둥이 ‘비틀’로 나오지만, 전사의 길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는 전편의 쉐보레 스포츠카 ‘카마로’로 바뀐다.

찰리의 성장스토리는 부수적이다. 일상에서 좌절의 연속으로 주변 사람들을 까칠하게 대했던 찰리는 범블비와 가까워진 뒤 남자친구가 생기고, 가족과도 소통을 시도한다. 찰리는 전편의 소년 샘 윗위키를 대체하는 배역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을 뿐, 대부분 상황과 로봇과의 관계는 그대로다.

디셉티콘이 오토봇과 전투하던 중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신하는 모습을 처음 선보였다. 이 시리즈의 새로운 볼거리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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